“지난해의 8연승과 올해 연승은 차이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올해 연승의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염경엽 넥센 감독은 선수단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넥센은 지난 8월 28일 사직 롯데전부터 이날 경기 전까지 파죽의 7연승을 거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5일 SK전에서 7-0으로 이기며 8연승이 됐는데 이는 팀 창단 이래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이다. 넥센은 지난해 4월 9일 목동 KIA전부터 4월 22일 목동 롯데전까지 8연승을 기록한 것을 비롯, 역대 두 차례 8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의미가 큰 연승이었다. 표면적으로는 4위에 처져 5위권의 추격을 허용해야 했던 넥센이 단번에 2위 싸움을 벌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여기에 멀어만 보였던 2위 NC와의 승차도 2.5경기로 좁혔다. 남은 경기를 고려하면 진지하게 2위를 노려볼 만한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염 감독이 더 큰 의미를 둔 것은 바로 선수들의 마음가짐, 그리고 팀이 가진 저력을 확인했다는 것에 있었다. 염 감독은 5일 경기 전 “8연승이 달성되든 그렇지 않든, 팀이 어려울 때 선수들이 팀을 위한 희생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감독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연승과 올해 8연승은 같은 8승이지만 뜯어보면 올해가 더 소중한 구석이 있다. 지난해 8연승은 주축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었던 시즌 초반에 나왔다. 염 감독도 “지난해 8연승은 힘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승부처가 오자 스퍼트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즌 막판이고, 주축 선수들의 이탈 속에 이뤄낸 것이라 더 값지다.
현재 넥센은 김민성 윤석민이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 타선에 손실이 크다. 마무리 손승락은 구위 점검차 1군에서 말소됐다. 설상가상으로 간판타자인 박병호는 손가락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력의 100%는커녕 80% 정도만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이뤄낸 연승이라는 것이다. 염 감독은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위기 상황에서의 승부처였다. 팀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 나가고 있다.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한다”라고 칭찬했다.
좋을 때는 어느 팀이든 연승을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위기 때는 5할 승률에서 버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기서 연승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팀이 강인해졌다는 것이다. 염 감독도 “우리 팀은 오히려 전력이 안 좋을 때 승률이 더 좋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넥센도 강호의 DNA를 뿌리 내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 DNA는 선수 몇 명이 빠진다고 해서 희석되지 않는다. 오히려 궁지에 몰리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리그를 풍미했던 팀들은 모두 그랬다.
넥센은 염경엽 감독이 취임한 2013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까지 갔다. 하지만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진짜 강팀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였다. 선수가 자신의 경력을 만들기 위해 좋은 성적을 3년 정도는 유지해야 하듯이, 넥센도 일시적인 반등인지 지켜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넥센은 올 시즌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한 전력 손실, 서건창을 비롯해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숱한 부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2위를 노리고 있다. 영웅의 DNA에 ‘강호’라는 글자가 조금씩 또렷하게 새겨지고 있는 기분이다. 넥센은 6일 인천 SK전에서 창단 후 최다 연승 기록에 나선다. 또 한 번의 한계 도전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