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최초의 144경기 정규시즌 체제의 KBO 리그도 어느덧 종착점이 보이고 있다. 여전히 치열한 순위경쟁이 한창인 가운데 팀당 20경기 안팎만 치르게 된다면 시즌이 끝나게 된다. 그리고 팀순위만큼 치열한 격전지가 있으니 바로 골든글러브 후보들이다.
올해 역시 타고투저 현상이 이어지면서 타자들의 성적이 상향평준화 됐다. 3할 타자만 6일 현재 28명, 과거 강타자의 척도로 여겨졌던 20홈런 타자도 18명이나 된다. 팀당 평균 3할 타자가 3명, 20+홈런 타자가 2명씩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예년 같았으면 골든글러브 수상 안정권이었던 선수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타율이 높고 홈런을 많이 쳤다고 해서 팀 득점에 대한 기여가 높다고는 말할 수 없다. 득점기여를 누적수치로 잘 보여주는 도구로 RC(Runs Created)가 있다. 타자 골든글러브의 경우에는 사실상 타격 성적으로 수상자가 갈리는데, 과거 RC는 꽤 정확하게 수상자를 맞췄었다.
6일 현재 포지션별 RC 1위 선수는 다음과 같다. 현 시점에서 이대로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정해진다고 해도 큰 이견이 없을 정도다.
포수: 강민호(롯데,90.27) 1루수: 에릭 테임즈(NC,168.06)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삼성,102.52) 3루수: 박석민(삼성,92.46) 유격수: 김하성(넥센,83.75) 외야수: 유한준(넥센,111.91) 최형우(삼성,111.23) 짐 아두치(롯데,102.35) 지명타자: 이승엽(삼성,102.89)
하지만 현재 포지션별 1위도 결코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1주일이면 많게는 RC 10 가까이 쌓을 수 있는데, 포지션 경쟁자가 불타오르면 추격을 허용할 수도 있다. 특히 몇몇 선수들은 추격 사정권에 있다. 포지션별 RC 2위 선수들은 다음과 같다.
포수: 양의지(두산,83.12) 1루수: 박병호(넥센,150.40) 2루수: 박경수(kt,88.38) 3루수: 앤디 마르테(kt,89.37) 유격수: 오지환(LG,72.24) 외야수: 김현수(두산,101.62) 나성범(NC,98.65) 이용규(한화,83.77) 지명타자: 최준석(롯데,98.13)
RC 격차가 5점 이내면 1주일만에 주인공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3루수 박석민은 마르테에 3.09점 앞서고 있고, 외야수 RC 3위 아두치는 4위 김현수에 불과 0.73점, 5위 나성범에 3.7점 앞서고 있다. 지명타자 이승엽도 최준석에 4.76점 앞서 있다.
물론 RC가 높다고 골든글러브 수상과 직결되는 건 결코 아니다. 신기록 달성, 기념비적 대기록 수립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그래서 연말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더욱 기다려진다. /cleanupp@osen.co.kr
*RC란? 빌 제임스가 고안한 스탯으로 팀 득점에 몇 점이나 기여했나를 보여준다. 득점기여에 대한 누적기록이기 때문에 연간 골든글러브 수상자 예측에 알맞다. 기본적인 공식은 출루율에 총루타수를 곱하는 것인데, KBO 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는 자체적으로 수정을 거듭한 RC를 제공하고 있다.
(기록) 스포츠투아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