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베이비가 폭풍 성장하고 있다. 한화 신인 투수 김민우(20)가 후반기 KBO리그 토종 투수 평균자책점 1위로 우뚝 섰다.
김민우는 지난 6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등판, 6⅓이닝 5피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 무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한화의 5-4 승리를 이끌었다. 프로 데뷔 32경기·선발 5경기 만에 거둔 감격의 프로 첫 승으로 위기의 순간 한화 마운드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팀에서 가장 어린 막내 투수가 난세의 영웅이 된 것이다.
이날 김민우의 투구는 더 이상 깜짝 활약이 아니었다. 후반기부터 김민우는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한화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신인의 티를 벗고 몰라보게 성장한 김민우는 단지 승과 홀드 같은 눈에 보이는 기록만 없었을 뿐 평균자책점 등 세부기록으로는 정상급이었다.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5년 2차 1번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는 189cm 105kg 건장한 체격조건에서 묵직한 속구와 느린 커브가 주무기. 전반기까지는 18경기에서 승리없이 1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6.75에 그쳤다. 불펜 추격조로 대부분 여유 있는 상황에 투입되며 프로 적응기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비중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후반기 14경기에서 40이닝을 던지며 전반기 22⅔이닝보다 두 배 가까이 소화했다. 무엇보다 평균자책점 2.48로 후반기 규정이닝 투수로는 리그 전체 4위에 해당한다. 에스밀 로저스(한화·1.79) 재크 스튜어트(NC·2.37) 조쉬 린드블럼(롯데·2.41) 등 1~3위 외국인 투수들을 제외하면 토종 투수 중 당당히 1위에 해당한다.
후반기 선발과 구원을 분주하게 오가며 던진 결과. 평균자책점을 보면 선발 5경기 2.89, 구원 9경기 2.11에 빛난다. 선발로는 9이닝당 탈삼진 3.38개로 맞혀 잡는 투구로 완급조절을 했다면, 구원으로는 9이닝당 탈삼진 8.44개로 힘을 앞세운 투구를 펼쳤다. 7월 이후 구속이 140km대 중후반까지 상승했지만 긴 이닝을 던지거나 연투를 하면 구속이 떨어진다. 그래도 커브·포크볼 등 변화구를 활용해 막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
첫 승을 거둔 두산전도 주중 2차례 구원등판 탓에 힘이 떨어져 있었지만, 변화구를 적극 활용한 투구가 돋보였다. 김민우는 "변화구를 적절하게 잘 썼다. 구속이 빠르게 나오지는 않아도 잘 막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다"며 99~108km 느린 커브에 대해서도 "제가 자신 있어 하는 공이라 과감하게 던졌다"고 말했다. 두산 간판타자 김현수 상대로도 풀카운트에서 몸쪽에 느린 커브로 루킹 삼진 잡을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김민우는 "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했다. 그동안 승리를 놓쳤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 장면들이 위기 순간에 떠올라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며 "선발이든 중간이든 한 쪽만 하며 좋겠지만 팀이 어려울 때 많은 이닝을 던져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후반기 토종 투수 평균자책점 1위로 급성장한 '빅 베이비' 김민우의 성장에 한화가 웃고 있다. /waw@osen.co.kr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