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퍼펙트 세이브, 한화의 2연승과 5위 사수 그 끝에는 송은범(31)이 있었다.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는 비상체제로 운용되고 있는 한화 마운드에서 송은범이 새로운 구세주로 떠오를 가능성을 보여줬다.
송은범은 6일 대전 두산전에서 5-4로 리드한 8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했다. 배영수에 이어 마무리 권혁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2개를 주고 2실점하는 바람에 역전 주자까지 나갔다. 권혁이 46개의 공을 던지는 사이 한화 불펜에서는 송은범이 급하게 몸을 풀었다.
송은범은 허경민의 페이크 번트 슬래시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어진 1사 2·3루에서 장민석을 3루수 내야뜬공, 민병헌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2개의 공 모두 직구를 결정구 삼았다. 9회에는 김현수-오재원-양의지를 모두 내야 뜬공과 땅볼로 삼자범퇴했는데 최고 151km 직구와 142km 고속 슬라이더로 완벽하게 막은 압도적 투구였다.

시즌 두 번째 세이브로 지난 4월11일 사직 롯데전 이후 148일 만이었다. 당시에는 3점차의 비교적 넉넉한 리드였다면 이날은 역전 주자를 두고 막은 터프세이브라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무엇보다 한화 불펜 필승조 투수들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 송은범이 한 줄기 희망이 빛이 됐다는 게 의미 있다.
올해 한화는 권혁·박정진·윤규진·송창식이 핵심 불펜요원으로 활약했다. 리그 구원 최다 104⅓이닝을 던진 권혁은 후반기에 평균자책점 7.39로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리그 최다 74경기에 95이닝으로 뒤를 따르고 있는 박정진도 8월 이후 평균자책점이 3.31로 다소 상승해있는 데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윤규진 역시 지난달 18일 어깨충돌증후군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고 난 뒤 아직까지 진전된 소식이 없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 송창식도 팀 사정상 선발로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7월 이후 송창식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는 김민우도 6일 데뷔 첫 승을 6⅓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장식했다.
결국 불펜에 새로운 투수가 필요한데 송은범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올 시즌 송은범은 선발 14경기에서 1승7패 평균자책점 8.23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6이닝 이상 투구가 한 번도 없었으며 5회를 못 채우고 내려간 것만 11경기. 한화는 송은범 선발등판 경기에서 3승11패, 승률 2할1푼4리에 그쳤다.
선발로는 거의 실패했지만 구원으로는 1승2세이브1홀드가 있다. 평균자책점이 6.52로 높지만 14경기 47이닝을 던진 선발에 비해 구원의 표본(11경기·9⅔이닝)이 많은 건 아니다. 지난 2010년 SK 시절에는 선발에서 구원으로 보직을 바꿔 구원 26경기에서 2승8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제로라는 놀라운 투구를 한 적이 있다. 35⅔이닝에 무실점 행진이었다.
이제 남은 시즌은 20경기, 한화 마운드는 선발·구원의 보직이 의미 없다. 하지만 지쳐 있는 권혁과 몸이 안 좋은 박정진·윤규진의 상태를 감안하면 누군가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2이닝 퍼펙트 세이브로 반전 마무리를 한 송은범, 이젠 한화 불펜의 중심으로 빚을 갚을 때가 됐다. /waw@osen.co.kr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