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홈런, 한 번 해보고 싶다".
한화 내야수 김회성(30)의 거포 본능이 놀랍다. 김회성은 지난 6일 대전 두산전에서 선제 결승 스리런포에 이어 쐐기 솔로포까지 프로 데뷔 첫 멀티홈런을 폭발했다. 지난달 26일 대전 삼성전을 시작으로 최근 11경기에서만 무려 6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시즌 홈런 숫자를 16개로 늘렸다. 한화 팀 내에서는 김태균(21개)에 이어 최진행과 함께 공동 2위 기록.
놀라운 것은 홈런 비율이다. 김회성은 올해 시즌 타율이 2할1푼2리에 불과하다. 정확도는 낮지만 배트에 걸리면 담장 밖으로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안타 45개 중 16개가 홈런으로 그 비율이 35.6%에 달한다. 타수당 홈런은 0.08개로 2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에서 리그 전체 5위에 해당한다.

순수 장타율(ISO)에 있어서도 김회성의 가치가 빛난다. 홈런 16개를 비롯해 2루타 10개, 3루타 1개로 순수 장타율 .283을 기록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이 역시 250타석 이상 타자를 기준으로 할 때 에릭 테임즈(NC·.420) 박병호(넥센·.383) 강민호(롯데·.315) 야마이코 나바로(삼성·.288)에 이어 리그 전체 5위에 이르는 가공할 만한 기록이다.
한화 팀 내에서도 순수 장타율만 놓고 볼 때 김회성이 김태균(.246) 최진행(.218)을 능가한다. 지난 2009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때부터 한화를 거친 모든 감독들에게 인정받은 잠재력이 이제야 터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화가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즌 막판이라 더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홈런이 증가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김회성은 "하위타선이기 때문에 큰 것 하나를 치는 것이 상대팀에게 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전에는 변화구와 직구를 동 타이밍에 잡았다. 히팅 포인트를 뒤에 놓고 삼진을 먹지 않으려 했다"며 "최근에는 어차피 삼진을 먹더라도 홈런을 치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타이밍을 앞에 놓았다"고 설명했다.
타격연습을 할 때에도 타이밍을 빨리 가져가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한다. 그는 "감독님·코치님께서 팔이 뒤에서 나오는 것을 지적하셨다. 연습할 때부터 극단적으로 공을 찍는 느낌을 갖고 친다"며 "최근에는 배트 무게도 860~870g으로 줄였다. 원래 880g 이상을 썼는데 힘이 조금 떨어져 가벼운 걸 쓰고 있다"고 말했다. 타고난 파워가 있어 걸리기만 해도 넘어간다.
여기에 심리적으로도 달라졌다. "하위타선에서 치는 게 확실히 편하다. 중심타선에서는 (김)태균이형을 거르고 승부를 걸어오는 게 부담된다. 하위타선에서는 부담 없이 칠 수 있어서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 김회성의 말. 올 시즌 홈런 16개 중 4~5번 타자로 친 것은 1개에 불과하다. 6번에서 6개로 가장 많으며 7번 5개, 8번 3개, 2번 1개로 뒤를 잇는다.
목표로 잡은 15홈런도 이제 넘어섰다. 그 다음 목표는 20홈런이다. 김회성은 "솔직히 시즌 전에는 20홈런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14호 홈런을 치고 난 뒤에도 홈런이라는 게 하나도 안 나올 수 있어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개를 더 치게 되면서 이제는 20홈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제 20경기밖에 남지 않은 시즌 막판이지만 지금 페이스라면 못할 것 없는 도전이다. /waw@osen.co.kr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