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토요일, 인제 서킷에 장관 아닌 장관이 펼쳐졌다. 수 십대의 차량이 서킷을 누비고 있었지만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이 이어졌다. 서킷에서 연비왕을 뽑는 대회가 열렸기 때문. 이날 인제 서킷은 초고속 주행으로 인한 굉음대신 고요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연비 향상을 위한 갖은 노력을 바탕으로 운전자간의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난 5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현대차 에코-드라이빙 챌린지(Eco-Driving Challenge)’ 본선이 열렸다. ‘현대차 에코-드라이빙 챌린지’는 현대차가 시판하고 있는 전 차종을 대상(상용차 제외)으로 연비왕을 뽑는 대회로, 신청차 1018명 중 150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현대차의 연비왕을 가리기 전, 참가자들은 오전 10시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서킷 주행을 위해서는 서킷 라이선스를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교육장에서 서킷 주행과 관련해 이론 교육과 실기 교육을 받은 후 현대차 연구원으로부터 연비 운전과 관련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이날 대회는 하이브리드 클래스, SUV 클래스, 승용1(가솔린 2000cc 미만 전 차종) 클래스, 승용2(가솔린 2000cc 이상 전 차종) 클래스, 7단 DCT 및 MT 클래스 총 5개 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에서 상위 1~3위와 종합 1~3위를 가려냈다. 약 3.9km의 서킷을 17분 내에 3바퀴 주행한 뒤 차량의 트립연비를 공인연비와 비교해 공인연비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운전자를 가리는 식이었다.
공정성을 위해 현대차는 연비에 영향을 미치는 튜닝이 이뤄진 차량은 모두 출전을 금지했다. 출고 당시 순정 상태에서의 연비 측정이 주된 목적이었으며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보닛, 연료 주유구, 스티어링휠, 연비 조작 버튼 등에 지문 인식 스티커가 부착됐다.

정오부터 약 6시간에 걸쳐 본선과 준결승, 결승을 치른 결과 1위는 7 DCT 및 MT 클래스 부문의 송하용(30) 씨가 차지했다. 송 씨는 7단 DCT를 장착한 2016년형 ‘벨로스터 1.6 터보’로 경기에 참가, 18.9km/l를 기록하며 공연연비(12.3km/l) 대비 153.7%의 상승률로 종합 1위에 올랐다. 1위 기념으로 송하영씨는 ‘엑센트 디젤’을 부상으로 받았다.
송 씨의 1위 비결은 차량에 대한 이해였다. 송 씨는 “차에서 뽑아낼 수 있는 만큼 뽑아내려고 노력했다”며 “벨로스터 터보의 최대 효율 구간이 1800rpm에서 시작하는데, 이 구간과 변속기의 최고단수인 7단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것이 제 차의 성격이고, 차의 성격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 것이 연비가 잘 나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평소 연비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송 씨는 주로 출퇴근 시에 차를 이용, 성남에서 용인까지 분당-수서간 국도로 약 25km를 왕복한다. 그의 평균 연비는 약 15km/l. 15라는 숫자는 차량에 대한 그의 이해도를 나타낸다.
송 씨는 “수입차는 편하게 고연비를 뽑아낼 수 있는 반면, 현대차는 운전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리만 이해한다면 현대차로도 수입차 못지 않는 연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 그의 연비왕 등극에는 운전 자세도 한 몫 했다. 송 씨는 고연비를 위한 나만의 비결을 묻자 당연하다는 듯 “올바른 운전 자세”라고 답했다. 그는 “주행 시 바른 운전 자세를 유지해야 섬세한 액셀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직결감과 연비 향상 효과가 있었던 7단 DCT도 도움이 됐다.
서킷에서 연비 대회라니 의아했지만 송 씨는 “일반 도로와 달리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감속과 가속이 이뤄져 오히려 연비 측정 방식이 변별력 있었다”고 전했다. 인제 서킷은 제일 높은 코스와 제일 낮은 코스의 차이가 42m, 오르막 최대 경사도가 10.9%, 내리막 최대 경사도 9.3%로, 업다운이 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TOP3는 디젤 DCT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솔린 차량 3종,그 중에서도 2위와 3위는 대형차인 ‘아슬란’과 ‘제네시스’가 이름을 올렸지만 공인연비 대비 최고 상승률을 차량은 역시나 하이브리드였다.
하이브리드 부문 준결승 경기에서 기록연비 38.5km/l로, 공인연비 18.2km/l 대비 211.5%의 상승률을 기록한 운전자가 나온 것. 하지만 준결승 후반부터 오락가락했던 빗줄기와 시간 제한이 하이브리드 차량의 상위권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2위는 연비 14.0km/l(차종: 아슬란3.3, 공인연비 대비 상승율 147.4%)를 기록한 김종근(34) 씨로 300만 원을, 3위는 연비 12.9km/l(차종: 제네시스 3.3, 공인연비 대비 상승율 146.6%)를 기록한 이정수(31)씨로 100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이날 시승을 위해 서킷을 찾은 곽진 현대차 부사장은 "에코-드라이빙 대회는 현대차의 연비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으로, 일반 도로보다 연비 측면에서 주행 조건이 가혹한 서킷에서 행사를 개최한 것은 연비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번 대회와 같은 체험형 행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f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