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수가’ 염경엽 지론과 선수 가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7 13: 12

“어쨌든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거니까요. 위기 상황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해 준 선수들에게 고맙습니다”
넥센은 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7로 졌다.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승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넥센은 올해 8월 28일 사직 롯데전부터 5일 인천 SK전까지 8연승을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초반부터 홈런 세 방을 맞고 분위기가 꼬인 끝에 패해 신기록 달성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연승의 연장과 관계없이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민성 윤석민 손승락 박병호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 및 부진으로 1군에 도움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 거둔 8연승이었다. 5위권의 추격은 완전히 뿌리쳤고 이제 2위 싸움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여기에 위기 상황에서 선수들이 ‘조용히’ 한 곳으로 뭉쳤다는 더 큰 성과도 확인할 수 있는 시기였다. 염 감독은 “총력전을 벌인 것도 아닌데 연승을 거뒀다. 우리가 연승을 할 때는 항상 그렇다. 연승이나 연패나 별 동요가 없다”라고 웃었다.

감독 능력보다는 넥센 특유의 선수단 분위기가 이끈 연승이라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결국 성적과 구단 가치를 높이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염 감독은 “감독과 구단은 선수 가치를 올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는 구단과 스텝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성적을 올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런 분위기가 잘 정립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 가능성을 주도하는 것은 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적당한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다. 넥센이 지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주축 선수들이 매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간판타자인 박병호부터가 그렇다. 염 감독은 “야구를 잘하면 그냥 내버려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선수들은 정체된다. 코칭스태프가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선수 가치를 더 키워주기 위해 코칭스태프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선수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진득하게 기다려줄 수도 있어야 한다. “선수들을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문을 연 염 감독은 “내가 처음 부임했을 때 흔히 말하는 아들들이 엄청 많았다. 유한준이 한창 못할 때는 ‘염한준’이러고도 했다. 하지만 감독이 끝까지 기회를 주고 버텨줘야 한다”라고 했다. 조금 못한다고 해서 내치거나, 보직을 바꾸면 결국 실패한다는 지론이다.
하지만 이도 궁극적으로는 ‘선수의 몫’이라는 게 염 감독의 설명이다. 아무리 코칭스태프가 노력을 해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용없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자세를 봐야 한다. 성격과 자세까지 바꿀 생각으로 달려들고 1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나는 곧바로 내친다”라고 했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결론과도 맞닿는 지점이다.
이처럼 선수 가치를 키워주기 위한 염 감독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감독보다는 철저하게 선수와 구단의 성적 위주다. 최근 스나이더를 2번으로 투입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염 감독은 “고종욱이 출루를 하면 아무래도 도루를 의식해 빠른 공으로 승부할 확률이 높아진다. 스나이더의 빠른 공 대처는 좋다”라고 설명했다. 스나이더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방편이다.
선수 가치가 이어질 수 있도록 미래도 내다본다. 급해도 아픈 선수들은 뺀다. 불펜 혹사도 없다. 선수가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큰 가치를 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주전은 물론,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 하나까지 꼼꼼하게 신경을 쓴다. 올해도 신인 투수들에게 더 큰 경험을 주기 위해 로테이션을 조정하고, 무너지고 있던 손승락을 무리하게 쓰기 보다는 차라리 2군에서 조정 시간을 준 것도 역시 선수 가치를 키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염 감독은 “스타가 없으면 팀의 비전이 사라진다. 개인 성적이 좋고, 타이틀을 딸 수 있는 선수들이 필요하다. 1등을 해봐야 팀에 스타들이 없으면 팬들은 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염 감독이 승리만큼 선수들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 중요한 위기에 놓여있는 넥센이기에 더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강정호가 떠났고 박병호 손승락 유한준은 내년에도 넥센 유니폼을 입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넥센 코칭스태프의 할 일은 아직도 남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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