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자신감’ 2탄이 터졌다. 1탄은 ‘티볼리 디젤’을 출시하면서 인제 스피디움에서 시승행사를 연 사건(?)이다. 인제 스피디움은 언덕길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을 최대한 반영해 고저차가 40m이상 나는 극한의 서킷이다. 이런 코스에서 SUV를 탄다는 것은 웬만한 자신감으로 감행하기 어렵다. 티볼리는 이 모험을 거뜬히 해냈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자신감 2탄’은 7일의 신형 렉스턴W와 투리스모에 대한 가평 칼봉산 오프로드 시승행사다. 주행거리 100km 남짓한 완전 새 차를 깊은 산 속 숲길로 몰아 넣은 이유는 단 하나 “뼛속까지 SUV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무엇이 달라졌나?

신형 렉스턴과 투리스모는 디자인 변화는 크게 없다. 투리스모는 거의 없고 렉스턴은 LED 안개등을 달고 센터페시아에 크롬라인을 추가 한 것 정도다.
그런데 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는 완전히 새 것으로 바뀌었다. ‘파워트레인’을 새로운 조합으로 내놓아 외형보다는 ‘본질의 변화’를 꾀했다. 이름도 바뀌었다. 렉스턴은 ‘뉴 파워 렉스턴 W’가 됐고 투리스모는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가 됐다.
‘뉴 파워 렉스턴 W’와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는 모두 2.2리터급 e-XDi220 LET엔진과 7단 메르세데스-벤츠 자동 변속기를 조합했다.
e-XDi220 LET엔진은 지난 7월 출시 된 ‘코란도 C LET 2.2’에 장착 됐던 그 엔진이다. LET라는 부제가 따라 붙는 이유는 이 엔진이 Low-End Torque, 즉 1400rpm의 저속 구간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도록 설계된 엔진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서다. 1400rpm부터 2800rpm 영역까지 광대역의 플랫토크 구간을 지원하는 엔진이다. 코란도 C는 이 엔진에 아이신(AISIN) 사의 6단 자동변속기로 콤비를 이뤘다.

‘뉴 파워 렉스턴 W’와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는 코란도 C와 엔진은 같지만 변속기는 메르세데스-벤츠 7단 자동 변속기를 달았다. 이 변속기는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는 물론 인피니티 Q50, 인피니티 QX70에도 달려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7단 변속기로는 킥다운시 다단 변속을 통해 기어 변속 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진동 및 주행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록업(Lock-up) 모드가 1단부터 적용 돼 연비를 개선할 수 있다.
▲왜 고출력 엔진인가?
렉스턴 W와 투리스모의 직전 모델들은 모두 2.0리터 엔진을 달고 있다. 물론 렉스턴의 예전 모델은 2.7리터 엔진도 장착했지만 유로6 환경 규제와 연비 성능 등을 만족시키는 엔진은 최근에야 개발을 완료하고 실차에 적용 되기 시작했다.
다운사이징이 자동차업계의 전반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렉스턴 W와 투리스모 같은 덩치 큰 차량에는 차급에 걸맞은 엔진이 필요했다. 렉스턴 W는 이번 ‘뉴 파워트레인’ 적용으로 ‘국내 프레임 방식 차량 중 유일하게 유로6 파워트레인으로 업그레이드 된 차’라는 수식을 달게 됐다.
▲e-XDi220 LET엔진은?
고출력 엔진만 얹었다고 차가 좋아질 수는 없다. 변속기를 비롯해 서스펜션, 브레이크, 조향기 등과 조화로운 세팅이 이뤄져야 한다. 엔진이 감당할 수 있는 차체의 크기도 ‘조화로움’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e-XDi220 LET는 일단 파워에서 여유가 있었다. 종전 렉스턴 W와 투리스모에 장착 된 2.0 LET엔진에 비해 출력은 14.8%, 최대토크는 11.2% 향상 됐다. 즉 최고출력은 155마력에서 178마력으로, 최대 토크는 36.7kg.m에서 40.8kg.m가 됐다. 시승에서 주는 느낌은 수치 이상이었다. 큰 체구 탓에 둔해 보이던 반응은 새 파워트레인에서는 한결 개선 됐다. 복합연비도 12.0km/l(2WD A/T 기준)로 나쁘지 않다.

특히 ‘뉴 파워 렉스턴 W’는 움직임이 경쾌하다. 높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시트에 앉는 순간 포근한 안정감이 있었다. 높아진 출력은 고속 구간에서, LET 기능은 저속 구간에서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발휘하게 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장착했지만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은 반박자 늦은 반응이 간간이 느껴졌다. 워낙 차체가 커 운전자가 적응하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차도 새 운전자가 낯설어 머뭇머뭇 반응하다가 갑자기 튀어나가는 현상이 생겼지만 곧 운전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해소 됐다.
▲4륜구동 SUV만이 할 수 있는 일
쌍용자동차가 시승코스를 가평군에 있는 산악지대로 잡은 이유가 있었다. ‘SUV 명가’로 자부할 수 있는 그들만의 ‘무기’가 있었다. 선택적 사륜구동 모드이다. 평상시에는 이륜구동으로 타다가 오프로드나 눈길, 또는 험로를 주행할 때는 선택적으로 사륜구동 모드를 작동할 수 있다.
‘뉴 파워 렉스턴 W’는 집결지인 켄싱턴리조트를 떠나 37번국도, 46번 국도를 거쳐 칼봉산 자연휴양림 오프로드를 돌아오는 코스였다. 국도에서는 새 심장을 장착한 렉스턴 W의 시원한 주행능력을 테스트 하고, 칼봉산 자연휴양림 오프로드에서는 사람도 오르기 힘든 산길을, 들길 지나듯 오르내리는 사륜구동의 참맛을 느껴보라는 배려였다.

7km 거리의 칼봉산 오프로드는 들어가는 초입부터가 위압적이었다. 대형 SUV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산악로에는 온통 돌과 자갈로 뒤덮혀 있고 간간이 작은 계곡도 건너가야 했다. 처음 산길을 접어들 때는 오프로드 주행이 익숙치 않은데다 새 차를 아끼는 마음에 운전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경사를 올라갈수록 “SUV는 SUV처럼 다뤄달라”는 신호를 차가 먼저 주고 있었다. 경사와 돌과 자갈, 그리고 계곡을 차와 함께 즐기기로 했다. 산악로에서 4륜구동은 ‘스포츠 유틸리티’에서 4륜구동이 왜 필요한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바퀴가 헛도는 일도, 돌에 미끄러져서 먼저 도는 일도 없이 베테랑 등반가처럼 산을 비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서는 개선 된 ‘가변형 HDC’가 한 몫 했다. Hill Descent Control의 약자인 HDC는 급격한 경사로를 내려 올 때 자동적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해 속도를 제어해 줬다. 종전의 고정형 HDC는 속도가 7km/h로 고정 돼 있었지만 ‘뉴 파워 렉스턴 W’에 적용 된 가변형 HDC는 5~30km/h의 범위 내에서 속도가 제어 됐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버튼을 눌러 이 기능을 작동시키자 급경사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저절로 안정적인 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또한 운전대에 있는 버튼으로 작동이 가능한 전방 안전 카메라(Front Satety Camera)는 큰 차체로 인한 전방 사각지대를 모니터로 보여줘, 눈을 하나 더 얻은 것처럼 속 시원해졌다.

‘뉴 파워 투리스모’의 시승코스는 ‘등반’ 수준은 아니었다. 칼봉산 보다는 비교적 평탄한 자갈길로 구성 되기는 했지만 흙먼지를 날리며 산허리를 타고 돌아오는 구간은 사륜구동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코스였다. 켄싱턴리조트를 출발해 37번국도, 46번 국도로 이동하는 것은 렉스턴W와 마찬가지였지만 산길은 ‘방하리 오프로드’를 이용했다.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디자인은 여전히 투박했고, 높은 시트 포지션은 시야가 트이는 장점과 동시에 높이에서 오는 불안감을 함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오프로드에서의 투리스모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방하리 오프로드는 자갈은 비교적 평탄하게 깔려 있었지만 굽이굽이 산허리를 따라 또는 구간은 헤어핀에 가까웠다. 미끄러운 자갈을 이겨내는 파워와 네 바퀴를 단단히 잡아주는 구동 시스템이 없으면 감당할 수 없는 길이었다.

선택 버튼을 사륜구동으로 맞추고 산길을 내달리기 시작하자 투리스모도 이미 다른 차가 돼 있었다. 일반도로보다 오프로드에서 움직임이 더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디자인까지 좀더 손질이 된다면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는 팔방미인의 경지도 꿈꿔 볼만했다.
‘New Power 렉스턴 W’는 RX7 2,818~3,430만원, Noblesse 3,876만원이고 ‘New Power 코란도 투리스모’는 TX 2,866~2,899만원, RX 3,329~3,354만원(11인승~9인승)이다. /100c@osen.co.kr
워터마크 없는 사진은 쌍용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