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나갈 수 있겠는가".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꼽히는 박해민(삼성)은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 12 대표팀 발탁 가능성에 손사래를 쳤다. 박해민은 7일 현재 타율 2할9푼3리(441타수 129안타) 39타점 79득점 48도루를 기록 중이다. 수비, 작전수행 능력, 주루 부문은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뛰어나다. 현역 시절 네 차례(1988, 1991, 1992, 1993년)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 극찬할 만큼 박해민의 수비 능력은 단연 으뜸.
박해민은 프리미어 12 대표팀 1차 예비 명단 발탁과 관련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선수가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나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도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대표팀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아직까지 많이 부족하다. 대표팀에 발탁된다면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겠지만 나 스스로 나가고 싶다고 말할 위치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1년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참가한 게 유일하다.

박해민은 육성선수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박해민은 2013년까지 1군 경기에 한 차례 출장한 게 전부였고 지난해 전훈 캠프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은 박해민은 대수비 또는 대주자 요원에서 1군의 주축 선수로 신분 상승했다.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박해민은 작년 시즌 119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7리(310타수 92안타) 1홈런 31타점 65득점 36도루를 기록했다.
류중일 감독은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다. 누구 하나를 꼽기는 힘들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박해민의 활약이 내겐 즐겁다"며 "전지훈련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았던 선수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재능을 떨치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나. 이런 선수들이 자꾸 나와줘야 한다. 해민이가 지금의 성과에 절대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만큼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박해민은 "육성선수 출신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 더 잘 해야 한다. 몇 년간 더 꾸준히 잘 해야 육성선수의 신화라는 말도 들을 수 있다. 아직은 아니다"고 자신을 낮췄다. 이어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하고 최고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좋아하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최고가 되어야만 성공한 건 아니니까 다른 후배들에게 하나만 잘 해도 살아 남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해민의 외야 수비는 감동 그 자체. 호쾌한 홈런 만큼이나 짜릿하다. 그는 "전훈 캠프 때 수비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 상태에서 시즌 초반에 좋은 수비가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 정도는 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수비 범위가 넓어졌다. 수비 만큼은 자신있다. 투수들이 고맙다면서 하이파이브해줄때 가장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는 25일 신인왕 출신 배영섭이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복귀한다. 삼성 외야진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듯. 이에 박해민은 "수비, 작전수행 능력, 주루는 나만의 장점이다. 부족한 타격은 계속 채워 나가야 한다. 그것만 채워 나간다면 충분히 경쟁해볼만 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