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반발심을 보일까?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는 KIA 선수들은 지쳐있다. 에이스 양현종은 제몫을 하고 있지만 손목 부상여파와 어깨도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지금까지 해준 것만 해도 팀에게는 큰 힘이었다. 두 번째 펀치를 날려야 할 스틴슨은 10승을 낚았지만 요즘 주먹 맛이 신통치 않다. 3선발 임준혁은 주춤거리고 있고 4~5선발은 그때 그때 끌어다 쓴다.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기가 드물다.
오랜만에 소방수로 나서는 윤석민도 44경기에 등판해서인지 구위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훈련이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것이 부담이었다. 최근에서 팀 사정상 3이닝까지 던지느라 힘을 쏟았다. 부상으로 빠진 필승맨 에반 믹은 8일 불펜투구를 하지만 복귀 날짜가 딱히 정해지지 않았다. 에반이 빠지면서 심동섭, 김광수, 최영필 필승라인에서 아찔한 장면들이 나왔다.

타선은 브렛 필이 고군분투하고 있고 이범호가 홈런포로 지원하는 형태 뿐이다. 최근 부상에서 돌아온 김주찬도 힘을 보태지만 전반적으로 타선의 힘이 떨어진다. 백용환과 이홍구의 홈런포도 주춤하고 있다. 김민우, 김원섭 등 베테랑도 경기가 거듭될수록 힘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위타선도 힘이 없어 삼자범퇴 등 맥없는 공격으로 넘어가는 이닝들이 많다.
김주찬이 수비를 못해 나지완이 벤치를 지키거나 신종길도 허벅지 부상으로 쉴때도 많아 주전 타선을 가동하기 어럽다. 현재 전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없다. 필(121경기)과 이범호(119경기)만이 100경기 넘게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두 선수를 제외하고는 부상과 부진 등 각종 악재 때문에 확고한 주전라인업 없이 신예 등을 기용하며 타선을 꾸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공격과 수비 밸런스를 맞추기 어렵다.
투타에서 지원 병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타자 최희섭은 장기 이탈중이고 돌아올 가능성은 없다. 투수 서재응 역시 마운드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의 마지막 활력이 남아있지만 지금의 전력으로 남은 22경기에서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여야 한다. 한화, 롯데, SK 등과 비교하면 가장 악조건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수년 동안 하위권에 쳐져 있느라 순위경쟁 경험도 부족하다.
그렇다고 KIA 야구를 탓하기는 어렵다. 최하위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선수단의 일체감,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어우러져 예상을 뛰어넘은 행보를 해왔다. 불리함 속에서도 에너지 넘치는 경기를 통해 패배주의를 씻어냈고 팀 문화도 바꾸었다. 그러나 100경기를 넘기면서 지쳐있는 기색이 뚜렷하다. 5위까지 치고 올라가는 통에 KIA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심리적인 피로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그래서 비상 상황이다. 자꾸 지는 것이 익숙해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들의반발심이다. 개막을 앞두고 KIA 야구에 대한 주변의 인색한 평가를 바꿔 놓은 힘이었다. 섣불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력한 반발력이 있어야 어려운 싸움을 헤쳐갈 수 있다. 이럴수록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끌어가는 베테랑의 존재감도 중요하다. 그들에게는 경험이 있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전 기자들과의 인터뷰 시간에 간혹 웃으면서 "아~ 힘드네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는 말도 빼놓치 않는다. 힘든 상황이지만 선수들을 믿는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몸으로 고생해온 선수들이 5위 전쟁에서 진짜 자존심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말이기도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