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분투’ 정의윤, 박병호처럼 예열중?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8 10: 26

트레이드 이후 소리 없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잠재력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장타가 쏠쏠하다. 정의윤(29, SK)의 이야기다.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가 없는 SK에서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는 가운데 3년 먼저 팀을 옮긴 박병호(29, 넥센)의 길을 밟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
LG에서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정의윤은 지난 7월 24일 SK와 LG의 3대3트레이드 때 팀을 옮겼다. SK가 정의윤을 강력하게 원해 논의가 시작된 트레이드였다. SK는 부족한 장타력, 그리고 부족한 우타 중장거리포를 채워 넣기 위해 그 적임자로 정의윤을 지목했다. 결과적으로 임훈 진해수 여건욱이라는 1군 자원들을 내줄 만큼 이 트레이드에 적극적이었던 것도 정의윤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만큼 정의윤의 성적표에 큰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했다. SK는 잠실구장보다 작은 문학구장에서 정의윤의 장타력이 충분히 통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트레이드를 강행했다. 그렇다면 장타 성적표에 관심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조금 넘은 지금, 정의윤은 “SK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의윤은 SK로 트레이드된 이후 36경기에서 123타석을 소화했다. 성적은 타율 3할, 출루율 3할7푼4리, 장타율 0.518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892로 수준급이다. 여기에 홈런 6개를 쳤고 타점은 23개다. 13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사사구도 13개였다. 트레이드 이전 성적에 비하면 훨씬 좋아졌고 같은 기간 박정권(23개)과 함께 팀 내 타점 공동 1위다. 박정권 브라운(이상 7개)에 이어 홈런은 공동 3위이기도 하다.
2011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앞두고 넥센으로 이적한 동기생 박병호의 성적과 비교해도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다. 박병호는 당시 넥센 이적 후 51경기에서 타율 2할6푼5리, 출루율 3할5푼7리, 장타율 0.535, 12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에서는 박병호가 앞서지만 타율·출루율은 지금까지의 정의윤이 좀 더 낫고 타점도 박병호의 당시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박병호의 당시 OPS도 0.892였다. 지금 정의윤과 똑같다.
박병호는 2012년 예열을 거쳐 2013년부터 홈런포를 펑펑 쳐내며 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만나 대폭발했다.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서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선수로 각광받고 있다. 이제는 메이저리그(MLB) 진출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정의윤도 비슷하다. 코칭스태프의 믿음 속에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보니 조급함이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정의윤에 대해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용희 SK 감독은 “캠프 때 타격폼을 조금 고치면 훨씬 더 좋은 타격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면적으로 손을 대는 것은 아니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한다면 충분히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타자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다. 정의윤이 박병호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시작은 좋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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