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대부분이 불법스포츠도박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8일 오후 긴급 재정위원회와 이사회를 소집해 프로농구 선수들의 승부조작 및 불법스포츠도박 혐의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KBL은 경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입건한 12명 중 은퇴선수 박성훈(전 삼성)을 제외한 현역선수 11명에 대해 기한부 출전 보류 판정을 내렸다.
KBL이 발표한 혐의자는 안재욱, 이동건(이상 동부), 함준후(전자랜드), 신정섭(모비스), 오세근, 전성현(KGC), 김선형(SK), 김현민, 김현수(이상 KT), 유병훈(LG), 장재석(오리온스) 이상 11명이다. 이들은 혐의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2015-2016시즌 선수로 출전할 수 없다.

KCC를 제외한 9개 구단이 연루된 것에 대해 이성훈 사무총장은 “구단 차원에서 교육을 통해 예방하려고 노력했다. 단 개인이 할 수 있는 행위를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다. 원천적 봉쇄가 어렵다. 예방책을 논의할 때 윤리교육, 예방교육 강화해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선수가 연루돼 농구팬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경찰조사결과 박성훈의 경우 삼성소속이었던 지난 2월 경기 중 고의로 슛을 실패하는 수법으로 혐의자들 중 유일하게 직접 승부조작까지 가담했다. 은퇴한 박성훈에 대해 KBL은 징계를 내릴 수 없는 상황. 이성훈 사무총장은 “박성훈은 KBL 구성원이 아니라 징계대상이 아니다. 농구계를 떠나서 일반인으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혐의자들은 대부분 대학시절 불법베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중 4명은 프로데뷔 후 불법베팅을 계속했다. KBL은 프로선수 신분으로 베팅한 선수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KBL은 드래프트를 마친 선수들을 대상으로 불법도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여기서 불법도박을 한 사실이 있는 선수는 자진신고를 하도록 돼있다. 12명 중 자신이 대학시절 불법토토를 했다고 신고한 선수는 김선형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KBL과 구단의 자체조사가 유명무실한 셈이다. 아울러 나머지 선수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위증을 했다는 말이 된다.
불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 중 지난해 아시안게임서 국가대표로 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선형과 오세근이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이 프로농구에 베팅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팬들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선수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며 프로농구선수들에게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