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사자후] ‘솜방망이 처벌’ 김민구, 강수일과 비교된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09 06: 27

국가대표 소집기간 중 ‘음주운전’을 한 김민구(24, KCC)에게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8일 오후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2014년 6월 7일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 징계나 벌금은 없었다. 이에 따라 김민구는 몸 상태가 회복되는대로 곧바로 코트복귀가 가능하게 됐다.
KBL은 “김민구에 대해 심의한 결과 그 동안 선수 생명의 위기 속에서 재활하며 본인의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현재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 음주운전 후 복귀한 김민구 
김민구는 지난 6월 7일 새벽 국가대표 농구팀 외박기간 중 음주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본인을 제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고관절, 발목 등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선수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 부상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김민구의 몸 상태는 예상보다 좋았다. 그는 지난달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 KCC 프로-아마 최강전’ 2라운드 KCC 대 경희대전 4쿼터 중반 코트를 밟았다. 지난 6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 물의를 일으킨 뒤 첫 공식경기 출전이었다.  비록 부상후유증으로 하체의 운동능력을 잃었지만 농구센스는 여전했다. 6분 51초를 뛴 김민구는 3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로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김민구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갖고 사죄했다.
사고를 낸 후 김민구는 "죄송하다. 어떠한 징계라도 받겠다"며 깊이 반성했다. 심신에 큰 고통을 겪은 뒤 코트에 복귀한 것은 박수를 쳐줄 일이다. 그러나 징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KBL은 음주운전에 대해 단호하게 중징계를 내려야 마땅했다. 김민구의 회복되지 않은 몸상태가 정상참작의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
▲ 같은 음주운전, 사뭇 다른 징계수위
김민구 징계는 프로축구 강수일(28, 제주) 사태와 대비된다. 강수일은 지난 6월 국가대표 소집기간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받아 미얀마 원정에서 중도 귀국했다. 강수일에게 프로축구연맹은 15경기 출전정지, 대한축구협회는 6개월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강수일은 징계기간이었던 지난달 24일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강수일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10%였다. 강수일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동승자인 친구가 운전했다고 거짓 진술했다. 결국 경찰 조사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프로축구의 징계는 단호했다. 소속팀 제주는 다음날 즉각 강수일을 임의탈퇴 공시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일 강수일을 상벌위에 회부해 추가로 10경기 출전정지와 제재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강수일의 태도에 깊은 실망감을 느꼈던 팬들은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발 빠르고 단호한 대처에 그나마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강수일에 비하면 김민구에 대한 징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두 선수의 직접비교는 불가하다. 강수일은 위증을 해서 죄가 더 무겁다. 고관절을 크게 다친 김민구에 비해 강수일은 부상이 없었다. 그러나 두 선수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범죄사실은 같다. 처벌의 경중이 이렇게까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 KBL의 늑장대응과 묻어가기
KBL의 늑장대응도 아쉬운 부분. 김민구는 사고 후 1년 2개월 동안 공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고 후 의학적으로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을 때도 KBL과 연맹이 징계에 대해 차일피일 미뤘다. 김민구가 최강전에 복귀한 뒤에도 즉각 재정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KBL은 불법스포츠도박 사건이 터지자 그제야 3주 동안 미뤄왔던 김민구 징계를 안건에 넣어 함께 논의를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않은 셈이다.
이성훈 사무총장은 “선수가 사느냐 죽느냐 선수생활을 못할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논의를 하기 어려웠다.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 연맹에서 미리 구단과 협의가 되고 사전에 조율이 됐어야 했다. 그 부분은 패착”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김민구의 징계가 가볍다는 지적에 이 사무총장은 “KCC가 올 시즌 스폰서를 해서 (김민구의) 징계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재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강전, 아시아프로농구 챔피언십, 불법도박수사 등의 사안이 있어 김민구 건만 가지고 재정위원회를 못 열었다. 경찰의 수사발표도 늦어졌다. 김민구는 농구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한다. 다음 선수등록 전까지 (봉사활동을) 완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KCC 구단은 "김민구는 어떠한 징계라도 받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로서 김민구가 성실하게 봉사활동에 임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구는 징계를 달게 받고 떳떳하게 코트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KBL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찜찜한 뒷맛을 떨치지 못하게 됐다. KBL의 늑장대응과 어설픈 징계가 김민구를 두 번 힘들게 만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