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능력 상실' KCC-KBL, 입맞춤으로 의혹 증폭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9.09 05: 59

KBL과 KCC의 행보가 한심스럽다. 프로 스포츠서 가장 인기를 받고 있는 야구와 비교하면 KCC 구단의 입장도 안타까울 정도다.
KBL은 8일 오후 재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김민구에 대해 심의한 결과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KBL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민구가 그동안 선수 생명의 위기 속에서 재활하며 본인의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현재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같은 징계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그러나 KBL의 입장은 당당하다. KBL 이성훈 사무총장은 "김민구가 그동안 선수 생명의 위기 속에서 재활하며 본인의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현재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징계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이성훈 총장은 "선수가 사느냐 죽느냐 선수생활을 못할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논의를 하기 어려웠다.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프로아마 최강전에서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 연맹에서 미리 구단과 협의가 되고 사전에 조율이 됐어야 했다. 그 부분은 패착"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김민구의 징계가 가볍다는 지적에 이 사무총장은 "KCC가 올 시즌 스폰서를 해서 (김민구의) 징계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재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최강전, 아시아프로농구 챔피언십, 불법도박수사 등의 사안이 있어 김민구 건만 가지고 재정위원회를 못 열었다. 경찰의 수사발표도 늦어졌다. 김민구는 농구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한다. 다음 선수등록 전까지 (봉사활동을) 완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민구는 지난해 6월 대표팀 합숙훈련 기간 중 휴가를 나와 음주운전 사고를 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음주운전을 하고 횡단보도에 있는 신호등을 들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김민구는 고관절과 다리, 발목 등 큰 부상을 당해 선수생명에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그는 1년여만에 복귀해 정식 경기에 나섰다. 물론 김민구는 경기에 나서기 전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이는 야구계와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소속 정찬헌은 지난 6월 말 새벽 음주 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O는 규약 제 151조 3항에 따라 정찬헌에게 올 시즌 잔여 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유소년 봉사활동 240 시간의 제재를 내렸다.
물론 정찬헌이 음주 물의를 일으킨 상황에서 LG는 사고 직후 3개월 출전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LG 구단은 그 때부터 올 시즌 징계를 마치더라도 도의상 1군에 합류하는게 힘들다고 판단했다.
KBO와 LG 구단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잘못을 한 선수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하고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KCC 구단의 움직임도 이상하다. 그동안 KCC는 항상 일관된 주장을 했다. "선수가 1년간 굉장히 심한 고생을 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고생을 했다. 그래서 특별한 자체 징계에 대한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아무도 그에게 음주운전을 하라고 하지 않았고 사고를 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프로 스포츠를 운영하는 구단이라면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선수에 대한 애정은 분명하지만 이는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이다.
특히 KCC와 KBL의 입장이 똑같다. 이성훈 사무총장이 말한 내용과 KCC가 말한 부분은 전혀 다르지 않다. 농구인의 선배 자격으로 말을 했더라도 이는 큰 문제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공식입장은 논란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이미 김민구에게는 많은 기회를 줬다. 이성훈 총장과 KCC 구단의 말처럼 선수의 상황이 좋지 않아 징계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에 이어 1년이 지난 시간에 내놓은 징계는 솜방망이다.
이는 스스로 농구의 가치를 떨어 트리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정찬헌의 경우 음주운전을 한 것은 맞지만 고의 사고 가능성도 나타났던 상황이다. 하지만 김민구는 스스로 음주운전을 했고 사고를 냈다. 인명 피해 가능성도 충분했다.
선수에 대한 애정은 충분하지만 이번 경우는 추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 더 냉정해야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놈 매 한대 더 준다는 옛말이 있다. 애정을 가진 선수를 위해서는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KCC는 결국 스스로 음주운전을 해도 되는 구단이라고 증명했다. 만약 다른 선수가 음주운전을 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불쌍하다고 말하면 모든게 정리되기 때문이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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