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바로 아래에 강습 타구를 맞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조쉬 린드블럼(28, 롯데)는 의연했다. 몇 차례 팔을 풀어보더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투구를 이어갔다.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과시한 린드블럼에게 찾아온 것은 시즌 13승과 21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린드블럼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10-4 승리를 이끌었다. 자신의 시즌 13승(7패)째. 내용만 보면 그렇게 쾌조의 컨디션이라고 볼 수는 없었으나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으로 SK 타선을 막아섰다. 한 차례 위기를 넘긴 호투라 더 값졌다.
시작부터 3점의 득점 지원을 얻고 시작한 린드블럼은 1회 득점권에 주자를 허용했으나 실점하지 않았다. 선두 이명기에게 3루수 방면 내야안타와 도루를 연거푸 내줬지만 조동화를 유격수 땅볼로,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정의윤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2회에는 선두 박정권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으나 더 이상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 그런데 2회 2사 후 한 차례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박계현의 타구가 린드블럼의 몸을 향하며 오른쪽 팔꿈치 바로 아래 부분을 강타한 것. 내야안타가 됐으나 안타 하나가 문제가 아니었다. 만약 린드블럼의 오른팔에 문제라도 생긴다면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롯데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다.
포수 강민호가 곧바로 마운드를 향했고 왼편 내야수들도 걱정스러운 듯 린드블럼을 쳐다봤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도 뛰어나왔다. 하지만 린드블럼은 별 문제가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팀 동료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뒤로 한 린드블럼은 몇 차례 연습투구를 한 뒤 다시 경기를 재개했다. 그리고 김성현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며 이닝을 마쳤다. 팀 동료들에게 큰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아웃카운트 하나였다.
3회에는 절대 위기를 잘 넘겼다. 이명기에게 우익수 옆 3루타, 조동화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러나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한숨을 돌린 린드블럼은 강민호가 1루 주자 조동화의 도루를 저지한 것에 이어 정의윤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무실점으로 위기를 정리했다. 이후 6회 정의윤에게 솔로포 한 방을 맞았지만 팀이 8-2로 앞서고 있는 상황이라 린드블럼의 시즌 13승에는 별다른 해가 되지 않았다.
이로써 린드블럼은 올 시즌 21번째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28번의 등판에서 거둔 값진 성과였다. 이 부문 1위였던 에릭 해커(NC)가 이날 KIA전에서 완봉승을 거둠에 따라 1개차 2위를 이어갔다. 3위권이 16~17번이라 앞으로 해커와 함께 이 부문 선두를 놓고 치열하게 다툴 전망이다. 이날까지 186이닝을 던지며 올 시즌 첫 200이닝 달성도 매우 유력해졌다.
이어 린드블럼은 롯데 외국인 투수 역사상 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도 세웠다. 롯데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쉐인 유먼(2012·2013)과 크리스 옥스프링(2013)이 가지고 있는 13승이다. 이제 1승만 더 추가하면 린드블럼은 롯데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기억된다. /skullboy@osen.co.kr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