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깨트리는 퍼스트 터치였다. 미완의 대기 석현준(비토리아)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게 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57위)은 9일(한국시간) 새벽 레바논 사이다 국립 경기장서 끝난 레바논(133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3차전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993년 승리 이후 22년-4경기 만에 레바논 원정길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한국은 아울러 미얀마, 라오스전 승리에 이어 3연승으로 조 선두를 질주했다.

부상당한 이정협(상주)을 대신해 이번 라오스-레바논 2연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석현준(비토리아)은 예전과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날 석현준은 장현수(광저우 R&F)의 선제골을 이끌어 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와 경쟁을 펼치며 기회를 노리던 석현준은 호시탐탐 득점 기회를 노렸다.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순간 석현준은 강력한 무기를 선보였다. 바로 퍼스트 터치였다. 후방에서 날카롭게 연결된 볼을 이어받은 석현준은 레바논 수비 2명 사이로 절묘하게 볼을 받아냈다.
자신을 막기 위해 양쪽에서 달려들던 수비 사이로 볼을 옮겨 놓으니 상대 수비는 어쩔 수 없이 석현준을 가로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 장소가 비록 페널티 박스 안이었지만 레바논 수비의 선택은 현실적이었다. 만약 페널티킥 판정이 나오거나 혹은 그 후에 실패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현준이 퍼스트 터치에 이은 한 번의 드리블로 만든 기회는 절묘하고 완벽했다. 그 결과 장현수가 침착하게 득점을 뽑아냈다.
그동안 석현준은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말 그대로 미완의 대기였다. 태극마크를 달고 연령별 대표팀서 활약하며 기대주로 이목을 끌었다. 2009년엔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입단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 2010년 9월엔 19세의 나이에 이란과의 친선전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석현준은 2011년 여름 흐로닝언(네덜란드)으로 임대돼 2011-2012시즌 에레디비지 무대서 20경기(교체 15), 5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마리티무(포르투갈),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 나시오날(포르투갈) 등을 전전하며 좀체 날개를 펴지 못했다.
올해 겨울 둥지를 튼 비토리아 세투발(포르투갈)은 기회의 땅이었다. 시즌 도중 이적했음에도 17경기(교체 3)에 나서 4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 물이 올랐다. 3경기서 벌써 3골을 뽑아냈다. 아카데미카, 히우 아브와 프리메이라리가 2, 3라운드서 각각 2골, 1골을 터뜨렸다.
포르투갈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석현준은 이날 경기서 자신의 기량이 발전 됐음을 몸으로 증명했다. 지난 3일 라오스와의 홈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석현준은 이미 슈틸리케 감독에게 신임을 받았다.
또 레바논전에서도 자신의 발전된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성장된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증명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