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막차를 타기 위한 5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어찌 보면 ‘그들만의 리그’같은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상위 4팀과의 격차가 크다.
올 시즌 KBO 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생긴 것이다. 2013년 NC 다이노스에 이어 올 시즌엔 10구단 kt 위즈가 합류했다. 처음으로 10개 구단이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그에 따라 10구단 144경기 체제가 이루어졌고, 포스트시즌 진출 팀도 5개로 늘었다. 따라서 4위 팀은 1승을 안고 홈경기를 치른다. 반면 5위 팀은 2연승을 거둬야 준플레이오프로 진출할 수 있다.
최소 포스트시즌 1경기가 더 열린다는 점에서 흥행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와일드카드가 실행된 첫해 ‘니가 가라 5강’ 싸움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5위 경합을 벌이고 있는 팀은 5위 한화부터 8위 SK까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5위 한화와 8위 SK와의 차이는 3경기 차에 불과하다. 2연전 싹쓸이 승리 혹은 패배에 따라 단숨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들어 더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경쟁 팀들이 상승세를 탔다기 보다는 함께 역주행 했기 때문. 8월 한 달 간 KIA가 11승 13패, 롯데가 9승 14패, 그리고 한화와 SK가 각각 9승 16패씩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승률이 5할을 넘어선 팀이 없었다. 혼전 양상이 계속됐다. 5위 한화가 주춤한 사이 롯데는 9월 6경기서 5연승을 달렸다. 8일 경기에선 롯데가 SK에 이기고 한화가 연장 승부 끝에 LG에 패하며 롯데가 100일 만에 단독 5위 자리를 탈환했다.

5위 자리에서 엎치락뒤치락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사이 4위 넥센 히어로즈는 5위 롯데와 9경기 차로 벌어졌다. 반면 3위 두산, 4위 넥센은 1위 삼성에 7경기 차로 뒤지고 있다. 4위와 5위의 격차보다 1위와 4위의 격차가 더 적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지난해 같았으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4개의 팀이 사실상 결정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제도 변화로 인해 ‘열등생’들의 5위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
상위 4개 팀들과의 격차가 이리 큰데 굳이 와일드카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의문도 생긴다. 현재의 흥행에는 분명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앞으로 있을 포스트시즌 자체의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93년~1998년까지는 3위와 4위 팀 간의 승차가 3.5경기 차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 없이 곧바로 플레이오프를 진행했다. 실제로 1995년에 딱 한 번 그런 일이 발생했다.
1995년 3위 롯데(68승 53패 5무)와 해태 타이거즈(64승 58패 4무)와의 승차는 4.5경기 차가 났다. 따라서 해태는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롯데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해태로선 아쉬울 수도 있는 제도였으나 포스트시즌 자체의 질을 떨어트리지 않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리고 지금 4위와 5위의 승차는 무려 9경기 차. 지금 이대로의 5위 경쟁이라면 와일드카드 제도가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krsumi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