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이 쉬운 상대라고 하지만 골키퍼 김승규(25, 울산 현대)는 11명의 상대 외에도 관중들이 쏘아대는 레이저빔과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김승규는 안정감 있는 경기를 펼치며 클린시트(무실점)를 달성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사이다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4차전 레바논과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의 한국과 133위의 레바논은 전력 차가 확실한 관계다. 그럼에도 한국은 최근 3차례 레바논 원정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2무 1패만 기록했다. 원정의 어려움 속에서 관중들의 방해가 어느 곳보다 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관중들의 레이저빔 사용이다. 레바논 관중들이 사용하는 레이저빔은 상대 골키퍼들의 눈을 향한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눈에 레이저빔을 쏜다. 레이저빔을 맞으면 순간적으로 시야를 잃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전반 32분 레바논이 박스 근처에서 프리킥 기회를 잡자 레바논 관중들은 김승규의 눈을 향해 레이저빔을 쏘았다. 그러나 김승규는 흔들리지 않았다. 레바논의 프리킥이 날카롭게 문전을 향했지만, 손으로 쳐내며 골문을 지켰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후에도 골문을 위협하는 레바논의 공격은 계속됐다. 그러나 김승규는 레바논에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3-0으로 이기고 있다는 안도감 속에서도 높은 집중력을 선보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이 레바논 원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한 건 22년 만의 일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