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를 했지만 빛남은 여전했다. 중원의 지휘관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 공격의 선봉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것만으로 돋보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레바논 사이다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G조 4차전 레바논과 원정경기에서 3-0으로 승리를 거뒀다.
완벽한 승리였다. 1993년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후 이날 전까지 한 차례도 승리하지 못한 레바논 원정이었지만, 이번 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레바논을 흔들었다. 그 결과 장현수, 구자철, 권창훈이 연속골을 터트리며 22년 만에 레바논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한국이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데에는 중원의 지휘관 기성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기성용은 한국이 펼친 4-1-4-1 포메이션의 중심이 됐다. 권창훈과 중원에 배치된 기성용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100% 이상 수행했다.
말 그대로 연결고리였다. 화려함은 후배 권창훈에게 양보하고, 기성용은 그 뒤에서 공격을 조율하는데 집중했다. 기성용의 과감하면서도 정확한 침투 패스는 레바논 수비를 흔들었다. 기성용의 지휘 속에 한국은 경기 내내 지속적인 공격을 펼쳤다.
후반 15분 승리에 쐐기를 박은 권창훈의 득점포도 기성용의 발 끝에서 나왔다. 수비 사이에 있는 권창훈에게 정확하게 기성용이 공을 연결했고, 권창훈이 오른발 터닝 슈팅으로 레바논의 골문을 흔들었다. 화려한 득점포는 권창훈의 몫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기성용이 있었다.
화려하지 않고 절제된 모습이었지만 빛나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기성용의 활약을 따진다면 이날 그라운드에 투입된 어떤 선수 못지 않을 것이다. 기성용이 22년 만에 거둔 레바논 원정 승리의 '키(Key)'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