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예비엔트리에 드러난 토종 우완 부재 현상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9.09 06: 13

토종 우완 에이스 실종시대다.
지난 8일 발표된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 예비엔트리 45인에는 투수가 총 21명 뽑혔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 겸 대표팀 감독은 다음달 결정될 최종엔트리 28인 안에는 투수가 13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동안의 재평가를 통해 8명은 탈락해야 하는 상황이다.
눈에 띄는 점은 사이드암과 언더핸드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선발로 분류된 선수들 중에서는 이태양(NC), 우규민(LG), 박종훈(SK)까지 3명이나 있고, 불펜에도 임창용(삼성), 한현희(넥센), 정대현(롯데)이 포함됐다. 좌완 선발투수도 풍부하다. 대표팀 터줏대감인 김광현(SK), 양현종(KIA)과 함께 새로 선발된 유희관(두산), 스윙맨이 될 수 있는 차우찬(삼성)까지 선발되어 지금이 좌완 선발들의 시대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반면 KBO리그의 토종 우완선발 기근 현상은 이번 예비엔트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고 있는 윤성환(삼성) 외에는 토종 우완 에이스가 없다. 이번 예비엔트리에 있는 우완 선발은 윤성환까지 총 3명인데, 류제국(LG)은 3승 8패, 평균자책점 4.94로 성적이 썩 좋지 않다. 이대은(지바롯데)은 일본에서 활동 중인 투수다.
류제국의 경우 언더핸드인 박종훈와 같은 맞춤형 카드는 아니다. 팔이 낮은 곳에서 나오는 투수들과의 맞대결 경험이 적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경기에서 박종훈은 평소보다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는 유형의 투수지만, 우완 정통파인 류제국은 그런 스타일이라 보기 어렵다. 성적으로는 좌완들에게 밀린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좌우 안배 차원의 선발이라는 점에서 최종엔트리까지 남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올해 KBO리그의 토종 우완투수 중 규정이닝을 채운 것은 윤성환이 유일하다. 쉽게 말해 자신의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등판하면서 경기 당 평균 5이닝을 넘게 소화할 수 있는 우완투수가 윤성환 말고는 없었다는 의미다. 에릭 해커(NC), 조시 린드블럼(롯데) 등 외국인 우완 선발들의 성공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 1년 전 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 멤버 중 소속팀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우완 정통파는 이태양(한화)밖에 없었다. 조별리그 홍콩전에 선발로 나섰던 홍성무(당시 동의대)는 아마추어 신분이었다.
김 감독도 이번 기술위원회가 끝나고 우완투수를 고르는 것이 힘들었다는 점을 고백했다. 고민 끝에도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사이드암과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들을 더 많이 선택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최종엔트리에서도 이들의 강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 김 감독도 "어떻게든 잘 던지는 선수를 뽑으면 된다"는 말로 우완 정통파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우완 정통파 선발이 부족한 반면 다행히 불펜은 사정이 조금 낫다. 대표팀 단골인 안지만(삼성), 윤석민(KIA), 오승환(한신)과 더불어 새 얼굴인 조상우(넥센), 조무근(kt)도 있다. 일부는 탈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그래도 선발에 비하면 확실히 여유가 있다. 불펜은 좌우 밸런스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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