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해커의 첫 완투승이 뜻 깊은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09 06: 18

5번째 완투만의 승리, NC 외인 에이스 에릭 해커(32)의 KBO 데뷔 첫 완투승은 그래서 더 의미 있었다.
해커는 지난 8일 광주 KIA전에서 9이닝 4피안타 1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90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로 시즌 17승(5패)째를 수확, 두산 유희관과 다시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지난 2일 마산 삼성전 3이이닝 7실점 부진을 보란 듯 만회했다.
이날 해커의 완투는 2013년 KBO 데뷔 후 5번째 기록. 그런데 종전 4번은 모두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타선 도움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완투를 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지독한 불운 속에 완투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5번째 도전 끝에 첫 완투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해커는 2013년 6월4일 마산 SK전에서 9이닝 동안 110개의 공을 던지며 4실점으로 역투했으나 NC 타선이 2점을 내는 데 그쳐 패전투수가 됐다. 그해 6월22일 목동 넥센전도 8⅔이닝 122구 2실점 완투패. NC 타선이 1점에 그쳤고, 해커는 9회말 2사 3루 위기에서 끝내기 폭투를 범하며 허무하게 패했다.
같은 해 10월2일 마산 넥센전에서도 해커는 9이닝 116구 2실점(1자책)으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이날도 NC 타선이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에 막혀 단 1점에 머물렀다. 신생팀으로서 1군 진입 첫 해였던 NC의 공격력은 너무 약했고, 해커는 3번의 완투에도 불구하고 모두 패전의 쓴잔을 들이켜야만 했다.
그러나 NC가 4강에 진출한 지난해에도 해커의 불운은 계속됐다. 6월28일 사직 롯데전에서 해커는 8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뿌리며 4실점으로 버텼지만 타선은 또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안타 8개와 볼넷 2개에도 1득점에 그치는 결정타 부재 탓에 해커는 개인 4번째 완투패를 안았다. 지독한 불운이었다.
4번의 완투패는 지난 2년간 해커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다. 2013년 16차례 퀄리티 스타트에도 4승에 그쳤고, 2014년에도 6월17일 롯데전에서 8승을 거둔 이후 시즌 마지막 17경기까지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2013년 3.5점, 2014년 5.2점에 그치며 고개 숙여야 했다.
하지만 NC는 겉으로 드러나는 승수보다 해커가 갖고 있는 꾸준함과 이닝이팅을 보고서 재계약했다. 그리고 올해 해커는 지난 2년간 거둔 12승을 뛰어넘어 17승 투수로 거듭났다. 9이닝당 득점 지원도 5.9점으로 상승했다. 해커는 "항상 승리하면 좋겠지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 지난 2년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렇게 다르다. 그래서 야구는 재미있는 게임이다"고 말했다.
시련을 극복하고 우뚝 선 해커, 그에게 무엇보다 뜻 깊은 첫 완투승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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