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ERA 0’ 고효준, 유종의 미 노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09 13: 19

시즌 동안 다소 아쉬운 모습으로 벤치와 팬들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한 차례 조정과정을 거친 뒤 강인해진 모습으로 1군에 돌아왔다. 1군 재합류 이후 평균자책점 제로 행진을 벌이고 있는 고효준(32, SK)이 SK 마운드의 위안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고효준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⅓이닝 동안 상대 타자들에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으며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비록 팀이 4-10으로 졌고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등판이라 큰 빛은 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상승세는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은 의미가 있었다.
실제 고효준은 지난 1일 엔트리 확장에 맞춰 1군에 올라온 이후 안정감 있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추격조 보직이지만 총 5경기에 나가 5⅔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아내며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 기간 중 고효준의 피안타율은 1할5리에 불과하다. 고효준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6.95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달라진 투구 내용이다.

군 문제를 해결한 뒤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저조한 성적을 냈던 고효준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나름대로 열심히 시즌 준비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1군 무대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추격조 롱릴리프 보직으로 시즌을 시작한 고효준에게 좀처럼 등판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에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았고 결국 구위가 들쭉날쭉해지는 원인이 됐다. 몇 차례 찾아온 기회에서는 자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팔각도를 조금 내려 던지는 등 고육지책까지 써봤지만 한창 좋을 때의 위력은 되찾지 못했다. 결국 2군에 내려갔다. 하지만 고효준은 포기하지 않고 2군에서 구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조웅천 SK 퓨처스팀(2군) 투수 코치와 제춘모 투수코치가 고효준을 붙잡고 한창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살리려 애를 썼다.
당시 조웅천 코치는 “공은 좋다. 하지만 저 공을 가지고 실패를 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회는 잡아야 하는 것이다”라고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심리적인 문제까지 폭넓게 잡아보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효과는 있었다. 고효준은 “조웅천, 제춘모 투수코치와 좋았던 부분과 좋지 않았던 부분까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두 코치분들이 내가 좋았을 때가 릴리스 포인트를 끝까지 끌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조언을 해줘 그 부분에 대해 연습을 많이 했다”고 2군 생활을 떠올렸다.
1군에서는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2군에서는 체계적으로 등판 일정을 잡다보니 투구 밸런스도 좋아졌다. 고효준은 “2군에 내려갔다 올라온 후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라면서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해 밸런스와 릴리스포인트가 향상된 것 같다. 덩달아 투구감도 좋아졌다”라고 비교적 만족스러운 생각을 드러냈다.
패턴적인 측면에서도 조금은 달라졌다. 초구에 꼭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노력하고 그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과감히 변화구도 섞고 있다. 변화구 제구에 대한 자신감이 조금은 부족해 보였던 시즌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내용이다. 공에 위력은 있으니 카운트를 잡고 들어가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의 페이스를 잘 유지하는 게 관건일 것 같다”라는 고효준의 바람이 현실이 된다면, SK는 왼손 왕국 재건의 중요한 퍼즐 조각 하나를 되찾을 수도 있다. 스스로에게는 내년을 기약하는 유종의 미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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