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그에서 있을 수 없는 실수가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한화 이글스가 잘못된 선발투수 예고로 경기 초반부터 박살이 났다. 5위 탈환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하는 시점에서 힘도 못써보고 대패를 당했다. 전날 7-2 리드를 날려버린 데 이어 완패와 함께 2연패. 5위 탈환은 한 계단 더 멀어졌다.
한화는 9일 잠실 LG전에서 1-8로 패했다. 선발투수 송창식이 1이닝 3실점으로 조기강판 당했고, 송창식의 뒤를 이어나온 문재현과 박성호도 각각 2실점, 3실점으로 고전했다. 타자들은 LG 선발투수 헨리 소사에 압도당했다. 한화에 있어 이번 잠실 2연전은 악몽 그 자체였다.
악몽의 시작은 지난 8일 경기 9회말부터였다. 한화는 9회말에 들어가기 전까지 7-4로 앞서고 있었지만, 투수의 제구불안과 내야수의 실책으로 동점을 내줬다. 이후 12회말 박지규에게 끝내기안타를 맞아 7-8로 무릎을 꿇었다. 5시간 25분. 올 시즌 최장시간 경기를 치른 만큼, 역전패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김성근 감독 또한 “올해 가장 아쉬운 경기”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패배의 여파가 고스란히 다음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화는 9일 선발투수로 송창식을 예고했다. 불과 3일전 117개의 공을 던진 투수를 선발투수로 다시 내세웠다. 시즌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간 투수가 3일 휴식 후 다시 선발 등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심사숙고할 일이 정규시즌에서 일어났고, 모두가 한화의 발표에 물음표를 던졌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대해 “어제 져서 열이 받았나 보다. 숙소 들어오고 나서 ‘아차’했다. 우리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다음날 선발투수를 예고한다. 송창식을 지난 주말에 쓰지 않았다면 어제 나오는 것이었다. 원래 오늘 차례는 박성호였다”고 선발투수 예고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송창식을 조금 던지게 한 후 박성호가 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는 궁색한 변명 밖에 안 된다. 정상적인 프로구단이라면, 선발투수가 3일만 쉬고 등판하는 것에 누군가가 의문을 표해야 한다. 그게 선수 본인이 됐든, 선수의 동료가 됐든, 아니면 코치가 됐든, 다음날 선발투수를 발표하기에 앞서 반대 의견을 밝혀야만 한다. 김 감독의 이야기대로 지난 주말 경기를 치르며 선발 등판 일정이 수정됐다면 더 그렇다. 주말 경기를 치르면서 선발 등판 일정이 조정됐어야 했다. 하지만 한화는 8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송창식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올 시즌 한화는 4일 이하 선발 등판이 가장 많은 팀이다. 125경기 중 33경기에서 선발투수가 4일 이하 휴식을 갖고 등판했는데 kt(28경기)·LG(27경기)·KIA(26경기)·롯데(23경기)·SK(19경기)·NC(19경기)·삼성(13경기)·두산(11경기)·넥센(10경기) 등 나머지 팀들과 비교해보면 로테이션을 타이트하게 가져갔다.
특히 4일도 아닌 3일 이하 휴식이 3번이나 있었다. KIA 유창식은 트레이드되기 전 한화 소속으로 3일 휴식 선발 등판을 경험했다. 지난 4월5일 마산 NC전 5⅔이닝 78구를 던지고 3일을 쉰 뒤 4월9일 대전 LG전에 선발 등판한 것이다. 결과는 3⅔이닝 67구 3실점 강판이었다.
당장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선발투수 예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고, 계획대로 선발 등판이 이뤄진 가운데, 변칙적 선발 등판에 선수단이 무감각해진 것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선발진 운용이 올 시즌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한화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 drjose7@osen.co.kr
잠실 =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