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복귀 후 기복 심한 모습을 보여줬던 크리스 세든(32, SK)이었다. 이날은 SK로서는 다행히도, 세든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다. 가장 큰 장점인 제구력이 살아나며 7연승을 향해 가던 진격의 거인을 막아섰다.
세든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4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3승(5패)째. 복귀 후 10경기에서 4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이기도 했다.
최근 세든은 퐁당퐁당의 전형이었다. 8월 28일 잠실 LG전에서는 완봉승을 거두며 맹활약했지만 직전 등판인 3일 인천 삼성전에서는 3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삼성전에서도 초반에는 투구내용이 좋았지만 슬라이더 로케이션을 제대로 가져가지 못하며 삼성 불방망이에 녹아 내렸다. 이날을 앞두고도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

그러나 세든은 이날 전반적으로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 근래 들어 살아나는 구위를 이어감과 동시에 이 공이 코스를 꽉꽉 채우며 롯데 타자들의 눈에서 도망갔다. 결과적으로 최근 타오르고 있던 롯데 타선을 효율적으로 막아냈다. 1회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세든은 2회 1사 후 최준석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았으나 3회부터는 안정된 모습을 과시하며 경기를 이끌어갔다.
3회에는 문규현 손아섭 김문호를 모두 땅볼로 돌려세웠다. 4회에는 2사 후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강민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위기를 넘겼다. 5회에는 황재균 박종윤 문규현을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아냈고 타선도 2회 박정권의 솔로홈런, 4회 박재상의 적시타로 2점을 지원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채 5회를 마쳤다.
3-1로 앞선 6회는 선두 손아섭을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대타 김주현을 몸쪽 꽉 찬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세든은 정훈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으나 아두치를 바깥쪽 꽉 찬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최준석과의 승부는 피하며 볼넷을 허용했지만 강민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고 구속은 144㎞로 평소보다 더 힘이 있었다. 좀처럼 날리는 경향을 제어하지 못했던 체인지업도 이날 고비 때마다 말을 들었고 무엇보다 우타자 몸쪽을 기준으로 한 꽉 찬 공이 완벽하게 들어오며 롯데 타자들을 종종 얼어붙게 했다. 6회 잡아낸 루킹삼진 2개는 상징적이었다. 공을 앞쪽으로 끌고 나오는 동작이 좋아지면서 특유의 큰 투구각을 유지해 롯데 타자들로서는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았다. 여러 악재에 울고 있었던 SK는 세든의 역투에 힘을 내며 3-2로 이기고 5위 롯데와의 승차를 2경기로 줄여 희망을 이어갔다. /skullboy@osen.co.kr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