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수문장들의 결장이 ‘현대가 더비’에 영향을 줬다.
울산 현대는 9일 오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9라운드에서 김신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선두 전북 현대를 2-0으로 눌렀다. 2연승을 달린 울산(7승11무11패, 승점 32점)은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선두 전북(18승5무6패, 승점 59점)은 승점추가에 실패했다.
이날의 변수는 골키퍼였다. K리그와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 권순태(31, 전북)와 김승규(25, 울산)는 나란히 국가대표에 소집돼 레바논 원정을 떠났다. 공교롭게 두 수문장이 없을 때 전북과 울산이 만났다. 두 팀은 그간 출전기회가 없었던 새로운 골키퍼에게 기회를 줬다.

전북은 홍정남(27)이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6일 FC서울과 홈경기서 시즌 첫 선발로 투입됐다. 당시 2실점을 허용한 그는 전북의 1-2 패배를 막지 못했다. 권순태의 국가대표 소집으로 홍정남은 실수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양쪽 골키퍼가 다 빠졌지만 울산이 더 손해다. 울산에서 김승규의 선방이 크다. 우리도 권순태가 승규 못지않게 비중이 크다”고 전망했다.
윤정환 감독 역시 후보선수 장대희에게 기회를 줬다. 그의 프로 첫 출전이었다. 윤 감독은 “모든 선수를 다 믿고 내보낼 수 있다. 송유걸보다 경험이 적지만 컨디션이 좋아서 장대희를 썼다”고 설명했다.
장대희는 전반 9분 때린 첫 골킥에서 실수를 하는 등 선발출전에 익숙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반 14분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공을 잡은 베라는 골키퍼와 1대1로 맞섰다. 골키퍼 장대희가 잽싸게 공을 가로채 슈팅을 막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장대희는 펀칭으로 가까스로 슈팅을 막았다. 실점은 하지 않았지만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다.
전북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홍정남은 선방실력을 선보일 기회가 적었다. 울산이 김신욱을 겨냥한 고공크로스를 올리자 홍정남이 공중에서 공을 잡아냈다. 선제골은 김신욱의 몫이었다. 전반 38분 좌측면을 파고든 코바가 올려준 날카로운 크로스를 김신욱이 잡아 강력한 오른발 선제골로 연결했다. 골키퍼 홍정남이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슈팅이었다.
울산은 후반 37분 코바의 추가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주전수비수들이 빠진 전북은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코바를 무방비로 나줬다. 결국 코바는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무래도 출전시간이 적었던 양 팀 골키퍼들은 볼처리가 미숙하고 선방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는 킥에서도 실수가 잦았다. 국가대표 주전을 다투는 김승규와 권순태의 공백은 컸다.
하지만 경험이 좋은 선수를 만든다. 걸출한 국가대표에 밀려 벤치를 지켰던 장대희와 홍정남은 모처럼 그라운드에서 실력발휘를 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양 팀의 선수층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홍정남 /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