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열릴 또 하나의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의 예비 엔트리 45명이 발표됐다. 약간의 논란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가장 좋은 기량을 선보이거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대부분 승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네 팀(롯데·한화·KIA·SK)의 현실도 읽을 수 있다.
45명의 선수 중 해외파 5명(추신수 강정호 오승환 이대호 이대은)을 제외하면 40명은 KBO 리그 소속의 선수들이다. 5위권 4팀에서도 총 12명이 차출됐다. 롯데는 정대현(투수) 강민호(포수) 황재균(내야수) 손아섭(외야수) 등 4명, 한화는 김태균 정근우(이상 내야수) 이용규(외야수) 등 3명, KIA는 윤석민 양현종(이상 투수)로 2명, 그리고 SK는 김광현 박종훈 정우람(이상 투수)로 3명이 예비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각 팀들의 고민 지점을 찾을 수 있다.
롯데 - 토종 마운드 재건 필요

강민호 황재균 손아섭은 확실한 국가대표급 선수들이다. 최종 엔트리 승선 가능성도 꽤 높다. 투수 쪽에서는 베테랑 정대현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만 놓고 본 차출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제무대에서의 경험, 그리고 폼이 가질 수 있는 희귀성 등이 폭넓게 고려된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 최종 엔트리 승선 여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롯데는 역시 투수 쪽에 고민이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송승준이 엔트리에서 빠졌고 역시 국가대표에 거론될 만한 장원준(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났다. 토종 선발진의 불안, 그리고 불펜의 불안은 시즌 내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으나 역시 두 외국인 투수(린드블럼·레일리)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부상을 털고 가세한 송승준의 몫이 중요하다.
한화 - 권혁의 후반기 부진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는 대표팀에서도 능히 주전을 차지할 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며 실제 그런 경험들이 있다. 하지만 투수 쪽에서는 단 한 명도 차출되지 않았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권혁이다. 대표팀은 이번 예비 엔트리에 왼손 불펜 요원으로 정우람(SK) 함덕주 이현승(이상 두산)을 올렸다. 전반기까지 리그 최고의 왼손 불펜 요원으로 각광받던 권혁의 이름은 빠졌다.
후반기 부진과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예비 엔트리 발표가 두 달만 빨랐어도 권혁은 정우람과 함께 1순위로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겠나”고 이야기했다. 전반기 50경기에서 7승8패1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한 권혁은 후반기 22경기에서 2승4패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7.28로 표면적 성적 및 세부 성적이 모두 안 좋아졌다. 최근 5경기에서는 모두 실점을 하는 둥 불안한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06이닝을 던진 권혁으로서는 어쩌면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빠진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KIA - 확고한 중심은 더 필요하다
김광현(SK)과 함께 대표팀 에이스 몫을 해야 할 양현종, 그리고 올 시즌 마무리로 분투하고 있는 윤석민 2명이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는 국가대표팀 경력도 풍부하고 쓰임새도 많아 이번 대표팀 마운드에서도 핵심적인 몫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야수 쪽에서는 단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고 마운드에서는 두 선수 외에 고려할 만한 대상이 마땅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리빌딩 팀의 한계다.
KIA는 올 시즌 리빌딩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젊다 못해 어린 선수들을 대거 중용하며 2년 뒤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팀 전체적으로 경험이 떨어지고, 기량적인 측면에서도 다소 부족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팀으로 똘똘 뭉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5위권 이상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중심축이 될 만한 선수는 더 필요하다. 이런 선수는 단기간 리빌딩을 통해 등장하지는 않는다. 올 시즌 뒤 KIA 프런트의 고민 지점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SK - 야수 전멸, 올 시즌 민낯 드러났다
SK는 김광현 정우람이라는 최종 엔트리 승선 유력자들이 있다. 박종훈의 경우는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서구권 팀들을 상대로는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 선수 모두 최종 엔트리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야수는 단 한 명도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회의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이름값으로 보면 뽑을 선수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 그리고 활용도가 떨어졌다”라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대표팀의 붙박이 3루수였던 최정은 부상으로 올 시즌 제대로 된 활약을 못했다. 박석민(삼성) 황재균(롯데)이 좀 더 꾸준한 성적을 냈다. 대표팀 경력이 있고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강민의 올 시즌 성적은 명단에 올리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재원은 후반기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양의지(두산) 이지영(삼성) 김태군(NC)에 밀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