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이탈' 최정, 부상악령에 무너졌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0 05: 55

의욕은 있었다. 실력도 있었다. 그러나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역대 프리에이전트(FA) 야수 최고액(4년 86억 원)을 받으며 화려하게 2015년을 열어젖혔던 최정(28, SK)의 올 시즌은 한 줄로 설명이 된다. 부상으로 얼룩진, 기억하기 싫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스스로에게나, 팀에나 다 그렇다.
최정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1군에서 말소됐다. 사유는 봉와직염이었다. 급성 세균 감염증의 하나인데 9일 오전 상태가 악화됐다. 땀을 흘리면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어 당분간 격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최정은 1군과 떨어져 치료에만 전념할 예정이다. 8위에 처져 가뜩이나 갈 길이 바쁜 SK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정 스스로도 2년 연속 100경기 이하 출전이 확정됐다.
돌이켜보면 부상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시즌이었다. 최정은 지난해부터 몸 구석구석에 이상징후가 나타났다. 허리가 안 좋았고 목까지 통증이 올라와 지난해 중반 한 달 이상 1군에서 빠져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아예 ‘신체 개조 프로젝트’에 나섰다. 컨디션을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놓은 상황에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신체 조직을 사실상 다시 만들었다.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지만 ‘전지훈련 웨이트 모범생’으로 불릴 정도로 열과 성을 다했다. 플로리다 캠프 당시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선수가 최정이었다. 스스로도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몸 상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시즌 초반부터 서서히 균열이 가더니 마치 바이러스처럼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온몸이 욱신거렸다. 시범경기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허리 근육 상태가 썩 좋지 않았고 시범경기 도중에는 손목에도 통증이 왔다. 시범경기 5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은 계속됐다. 4월 21일 수원 kt전에서는 종아리에 경련이 왔다. 4월 말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경기에서 빠졌다. 다시 선발에 복귀해 타격감을 끌어올리려는 순간, 5월 16일 잠실 LG전 도중 왼 어깨에 통증이 오며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한 끝에 결국 5월 27일 2군으로 내려갔다. 열흘의 시간을 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시즌 초반이라 상황이 그렇게 급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건강한 최정’이 더 필요했던 때다. 그런 최정은 한 달 정도의 공백을 끝내고 6월 22일 1군에 돌아왔다. 역시 실력은 있었다. 복귀 후 타율 3할6푼4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8월 11일 사직 롯데전에서 귀루 도중 베이스를 잘못 밟아 오른쪽 발목을 다쳐 다시 2군에 내려갔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예상보다 일찍 돌아와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려는 순간, 이번에는 장염 증세로 2경기 연속 결장했고 봉와직염까지 찾아오며 다시 최소 열흘간 결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과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허리·손목·팔꿈치·어깨·발목 등에 동시다발적인 부상이 찾아온 것이다. 보통 한 부위의 부상은 그곳으로 끝나지 않는다. 반대편, 그리고 같이 움직이는 부위에 연쇄적인 부하를 줘 또 다른 부상을 낳기 마련이다. 최정이 딱 그런 경우였다.
최정은 리그를 대표하는 철인 중 하나로 불렸다. 신인 시절부터 많은 경기에 나섰다. 당시 SK 특유의 지옥훈련을 버텨낸 대표적인 선수로도 꼽힌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세심하게 관리를 해줄 필요가 있는 선수가 됐다. 한 프로구단 트레이너는 “최정의 경우는 이미 많은 출장과 부상 경력으로 신체적인 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부상이 다시 찾아올 여지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겨울이 최정의 향후 건강 유지를 좌우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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