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후반기 장타를 펑펑 터뜨리고 있다. 현재 페이스라면 일본야구를 대표했던 스타 마쓰이 히데키도 넘을 수 있다.
지난 9일(한국시간)까지 강정호는 118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14홈런 52타점을 올리고 있다. 특히 9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는 가운데 펜스에 직접 맞는 2루타와 좌중간 담장 너머로 까마득히 날아가는 대형 홈런을 만들어내며 또 한 번의 팀 승리를 이끌었다.
토종 KBO리그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강정호는 첫 시즌부터 순조롭게 적응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고 있다. 이번 시즌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은 4.0이다. 공격에서 뛰어난 파워를 뽐내는 것은 물론 수비에서도 유격수와 3루수를 오가며 무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강정호의 방망이는 더욱 뜨겁다. 전반기 72경기서 타율 2할6푼8리, 4홈런 29타점 5도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던 강정호는 후반기 들어 46경기에서 타율 3할1푼4리, 10홈런 23타점으로 타격 페이스가 훌륭하다. 도루를 제외한 공격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적이 크게 발전했다.
피츠버그가 25경기만 남긴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아시아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거포 이미지를 가장 크게 심었던 마쓰이의 첫 시즌 홈런 수를 넘어서는 것도 충분하다. 마쓰이는 뉴욕 양키스에서 뛴 첫 시즌인 2003년에 2할8푼7리, 16홈런 106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타점은 시즌 초부터 중심타선에 배치됐던 마쓰이가 월등하지만, 타율은 비슷하고 홈런을 쌓는 속도는 강정호가 훨씬 좋다.
2003년 마쓰이와의 홈런 차이는 단 2개다. 이미 WAR의 차이는 꽤 크다. 이 해 마쓰이의 WAR은 2.2였다. 강정호가 앞으로 부진해 WAR 수치가 떨어지더라도 마쓰이보다는 확실히 위에 있을 확률이 크다. 훌륭한 타자였지만 좋은 외야수는 아니었던 마쓰이는 수비에서 WAR을 깎아먹었다. 반면 강정호는 수비로도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사실 아시아 타자의 데뷔 시즌 최다 홈런은 조지마 겐지가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처음 뛴 2006년에 기록한 18개다. 하지만 일본야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마쓰이의 홈런 숫자만 넘어서도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물론 현 시점에서 조지마와의 격차도 4개에 불과하기에 이 역시 추월 가능하다. 조지마를 따라잡으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빅리그 첫 해 20홈런까지 눈앞에 다가온다.
몸값 대비 효율로 따지면 강정호는 마쓰이와 조지마 모두를 넘어서고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포스팅 비용을 제외한 강정호의 이번 시즌 연봉은 단돈 250만 달러다. 조지마는 9년 전인 2006년에 543만3333달러를 챙겼다. 마쓰이는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이었음에도 '600만불의 사나이'였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