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도 외면, 외통수 걸린 한화야구 어쩌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9.10 06: 02

한화 야구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한화 송창식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와 1이닝 4피안타(2피홈런) 1볼넷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되며 패전투수가 됐다. 5일 대전 두산전에서 선발로 7이닝 117구를 던진 송창식은 불과 3일을 쉬고 다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집중타를 당했다. LG에 1-8로 완패한 한화는 2연패를 당해 5위 싸움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송창식은 31개의 공을 던졌는데 17개가 직구였다. 최고 구속 141km, 평균 구속 137km에 그쳤다. 4일 전 두산전에서 최고 143km, 평균 구속 139km에 비해 볼 스피드도 줄었지만 구위 자체가 떨어져있었다. 1회 이진영은 송창식의 직구를 받아쳐 비거리 130m 중월 홈런을 넘겼고, 2회 유강남은 송창식의 직구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송창식의 조기 강판과 패전은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10년을 통틀어 개인 최다 117개의 공을 던진 투수가 3일만 쉬고 나오는데 제대로 된 공이 갈 리 없었다. 더구나 송창식은 2013년 중간 같은 마무리로 무리한 여파 탓에 구위 저하와 밸런스 붕괴로 2014년을 안식년으로 보낸 투수다. 올해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2013년 이상으로 무리를 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송창식 선발과 관련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는 "숙소에 들어오고 나서 '아차'했다. 우린 경기가 끝나고 다음날 선발을 예고한다. 송창식을 주말에 쓰지 않았다면 어제(8일) 나오는 것이었다. 원래 오늘 선발 차례는 박성호였다"고 둘러댔다. 보고 체계가 확립된 프로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날 김성근 감독은 혹사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제 20경기도 안 남았다. 이유를 따질 필요는 없다. 혹사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라는 게 김성근 감독의 말이다. 5위 싸움을 위해 모든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지만 이미 한화는 시즌 내내 이런 식으로 운용해왔다. 18경기를 남겨놓고 5위 자리가 위태로워진 것도 결국 혹사 야구의 후유증이다.
김 감독은 "현재 뒤가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 7점을 내도 머리가 아프다. 윤규진이 뒤에 있었다면 편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의 뒤를 지켜온 권혁(75경기·106이닝)과 박정진(75경기·95⅔이닝)은 등판 경기와 구원 이닝 1~2위를 나눠 맡으며 무리했지만 최근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윤규진은 2번이나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말소돼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
김성근 감독이라고 해서 이런 상황이 올 줄 몰랐을까. 5월 중순 김 감독은 "바깥에서 투수를 혹사시킨다고 하는데 미리 투수를 준비해야 한다. 혹사 안 시키려면 투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김 감독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치열한 순위 싸움 앞에서 혹사마저 외면하고 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전력으로 달려온 결과 지금 한화는 너무 멀리까지 왔다. 이제 뒤를 볼 수 없는 외통수에 걸렸다. 5위마저 놓치면 그 후폭풍은 쉽게 감당키 어려울 것이다. /waw@osen.co.kr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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