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마친 SK 불펜, 총력전 시작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0 13: 00

더위에 진땀을 흘렸던 SK 불펜이 한 차례 고비를 딛고 재정비를 마쳐가고 있다. 시즌 내내 비판 속에서도 관리의 큰 틀이 흔들리지 않은 SK 불펜이 이제 총력전으로 팀의 5위행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K는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선발 크리스 세든이 롯데 강타선을 맞아 7이닝 1실점으로 잘 버텼다. 한 가지 흥미로운 대목은 마무리 정우람의 8회 투입이었다. 윤길현 박정배 신재웅 등 필승조 투수들을 건너뛰고 8회 시작부터 정우람이 나서 2이닝을 막은 것이었다. 부진한 팀 성적 속에 정우람의 최근 휴식일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도 2이닝 세이브는 올 시즌 SK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실제 시즌 중반까지는 셋업맨, 중반 이후로는 마무리로 뛴 정우람은 이날 경기 전까지 2이닝 이상 투구가 2번밖에 없었다. 윤길현 또한 2이닝 이상 투구는 3번뿐이었다. 김용희 감독은 이에 대해 “우리 팀 불펜 투수들은 수술 경력이 있거나 공백 기간이 있어 투구 이닝 및 투구수 관리를 해줘야 할 선수들이다. 무리하면 장기적인 팀 미래에 해가 된다”라고 설명한다.

김용희 감독은 올 시즌 불펜 운영을 철저한 시스템 속에서 가져갔다. 시즌 초반에는 불펜 투수들의 힘을 비축하기 위해 되도록 3일 연속 투구를 자제했다. 3일 연속 던지면 이틀의 휴식을 줬고 중반까지 30개 이상을 던진 투수 또한 되도록 다음 날 휴식을 줬다. 그래서 때로는 “승부처에서 필승조를 너무 아낀다”라는 비판도 있었던 것이 사실. 체력을 관리하다보니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전환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한 경기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 불펜 투수들의 이닝 소화 자체는 이상적으로 잘 관리가 됐다. 보통 벤치가 가장 믿을 만한 핵심 불펜 요원들은 한 시즌 70이닝 정도 던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야구 관계자들의 평가다. 올 시즌 정우람은 62⅔이닝, 윤길현은 55⅓이닝을 던졌다. 불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전유수는 전체 123경기를 치른 현 시점에서 67⅔이닝이다. 전유수는 128경기 체제로 치른 지난해 84⅔이닝을 던졌다.
불펜 투수들도 한결같이 “체력적으로 관리는 잘 된 것 같다. 이닝 소화 자체는 이상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 덕인지 8월 한 때 사정없이 흔들렸던 SK 불펜은 최근 힘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4.65의 평균자책점(리그 4위)을 기록 중인 SK 불펜은 투수 파트를 비롯한 코칭스태프 보직 변경이 이뤄졌던 8월 15일 이후 3.76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대다수 팀들의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시즌 평균보다 높은 것에 대비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아낀 것은 막판까지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남은 21경기에서 총력전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SK는 김원형 코치가 1군 메인 코치로 승격한 이후 불펜 투수들의 투입 시점이 한 템포 빨라졌다. 중반까지는 썩 좋지 않은 내용에도 선발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4·5회에도 리드하고 있으면 필승조 투수들이 동원되고 있다. 관계자들은 "좀 더 과감해져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자원 자체는 구색이 잘 짜여져 있다.
박희수는 아직까지도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지만 신재웅의 가세로 상대 좌타 라인업을 막을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 여기에 박정배가 복귀 후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어 윤길현 정우람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하나 더 생겼다. 모두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라 불펜 투수만으로도 4~5이닝을 최소 실점 속에 막을 수 있다. 정우람의 2이닝 세이브가 주는 메시지는 ‘총력전’이다. 선발과 타선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SK 불펜이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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