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및 불법스포츠도박 파문으로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프로농구 KBL이 자정결의대회를 가졌다.
KBL 관계자 전원은 10일 오전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자정결의대회를 실시했다. 한 시간에 걸쳐 부정방지교육을 실시하고, 결의문을 낭독하는 내용이다. 10개 구단 감독들 및 선수들, 사무국 직원, 심판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침통한 표정의 관계자들에게서 국민적인 실망감을 안긴 프로농구 승부조작 및 불법스포츠도박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결의대회가 부정방지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KBL은 지난 2013년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번에 검거된 12명의 전·현직 선수 중 일부는 경찰수사결과 2015년 3월까지 현역프로선수 신분으로 불법도박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년 전 실시한 교육은 전혀 효력이 없었다는 말이다.

KBL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KBL이 발표한 10대 강령을 살펴보면 내용이 매우 애매모호하다. 구체적 법적 근거도 명시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선수들의 양심에 맡기고, 감정에 호소하고 있다.
‘승부조작이나 불법스포츠도박을 했을 때 즉시 영구제명조치를 당하고 KBL로부터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여기서 신고하지 않은 선수가 앞으로 아마추어 신분으로 불법도박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 즉시 제명하고 엄중 처벌하겠다’, '은퇴선수라도 선수시절 불법도박을 한 사실이 발각되면 프로선수로 받은 모든 연봉을 환원해야 한다'는 식의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다. 이래서는 선수들에게 제대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KBL은 입건된 12명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징계수위를 아직도 내놓지 않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자 1명과 상무소속선수의 실명공개도 꺼리고 있다. KBL의 모든 선수가 모였다면 공소시효가 지난 불법도박자 역시 현장에 왔다는 말이 된다. 그 선수는 아무런 징계 없이 올 시즌 프로농구서 정상적으로 뛸 전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인 농구팬들이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이러는 와중에도 각 구단 단장들이 모여 1라운드 외국선수 2명 출전여부를 논의했다. KBL의 행동에 분노한 팬들은 앞으로 다시는 프로농구를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KBL은 아직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 KBL 10대 강령
- 나는 자랑스러운 농구인이다 -
하나. 나는 최선의 자세로 정정당당하게 경기한다.
둘. 나는 농구 전체의 발전과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
셋. 나는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 충실히 따른다.
넷. 나는 상대 선수를 존중하고 품위와 예절을 지킨다.
다섯. 나는 심판의 판정을 존중하고 경기 결과에 승복한다.
여섯. 나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부정행위도 하지 않는다.
일곱. 나는 사회적 물의를 야기 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여덟. 나는 마약 및 금지된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홉. 나는 체육진흥투표권 및 불법스포츠도박 구매행위를 절대하지 않는다.
열. 나는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서 적극 참여한다. / jasosn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