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28, 피츠버그)의 활약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도 점차 변해가고 있다. 자국 출신 유격수들이 메이저리그(MLB)에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돌아온 가운에 강정호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자 주목하는 모습이다. 아시아 선수 첫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경신을 유력하게 점치는 시선도 있었다.
강정호는 10일(이하 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6회 만루포를 터뜨리며 시즌 15호 홈런을 기록했다. MLB에서는 개인 첫 만루홈런이다. 신시내티 선발 키비어스 샘슨이 5구째 연속 빠른 공 승부를 했는데, 올 시즌 리그에서 빠른 공에 가장 강한 타자 중 하나인 강정호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5구째 150㎞의 포심패스트볼을 받아쳐 총알 같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9일 144m짜리 대형 아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강정호는 이로써 ‘1차 목표’였던 15홈런 고지에 도달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시즌 막판까지 4~5개의 홈런을 더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아시아 선수 첫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경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록은 조지마 rps지(당시 시애틀)가 2006년 기록한 18개다. 2위 기록은 2003년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로 당시 16개의 홈런을 쳤다. 3위 기록이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데뷔했던 이구치 다다히토의 15홈런이었는데 강정호가 이구치의 기록과는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일본 선수들의 기록에 강정호가 근접해가자 일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포츠닛폰’는 10일 강정호의 15호 홈런 이후 “한국의 A-로드로 불리는 강정호의 아시아 기록 경신도 시야에 들어왔다”라면서 조지마, 마쓰이, 이구치의 기록을 나열했다. 이어 ‘스포니치 아넥스’는 “이제 25경기 만이 남아 있지만 조지마를 넘는 기록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록 경신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점쳤다.
‘스포츠닛폰’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로는 첫 MLB 무대에 진출한 강정호는 후반기 들어 46경기에서 타율 3할1푼4리, 10홈런,23타점으로 성적이 급상승했다”라며 강정호의 상승세를 설명한 뒤 “이번 시즌에는 3루수와 유격수를 병행했고 머서와 해리슨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각각의 포지션에서 출전 기회를 확보했다. 피츠버그가 플레이오프 다툼에 들어가 막판에는 주전으로 기용될 전망”이라며 강정호의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좌중간이 크게 부풀어 우타자에게 불리한 PNC파크를 홈으로 쓰는 상황에서 현재 성적은 합격점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의 기세에 눌려 있지만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일본 출신의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쓰요시는 유격수에서 2루수로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정호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시아 출신 내야수들의 평가가 저조한 가운데 강정호의 향후 경기는 주목할 만하다”고 글을 맺었다.
실제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유격수들은 MLB에서 대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쓰이와 니시오카는 유격수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2루로 전환하는 아픔도 맛봤다. 이런 실패는 아시아 출신 중앙 내야수들의 가치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강정호가 성공한다면 한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권 선수들의 내야수들을 MLB가 다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일본으로서도 나쁜 일은 아닌 셈이다. 강정호가 아시아 내야수들의 ‘희망’이 된 분위기다. /skullboy@osen.co.kr
신시내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