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또 한 번의 파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어떤 카드를 뽑아들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파격의 연속이다. 7위로 추락한 한화가 깜짝 선발카드로 반전을 노린다.
한화는 11일 대전 SK전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예고했다. 당초 예정된 한화 선발은 안영명이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10일 SK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내일(11일)은 안영명이 선발로 나간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기 후 선발투수 예고는 안영명이 아닌 김민우로 바뀌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김민우가 10일 경기에 구원으로 등판했다는 점이다. 김민우는 이날 허리 통증을 호소한 선발 미치 탈보트를 대신해 7회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6회 이닝 시작 전부터 탈보트가 불편한 몸동작을 취하자 불펜 대기하던 김민우가 몸을 풀기 시작했고, 7회 가장 먼저 투입됐다.

그러나 7회 첫 타자 김성현에게 던진 느린 커브가 몸에 맞는 볼이 되며 출루를 허용했고, 김연훈의 초구 희생번트로 1사 2루 상황에서 강판됐다. 투구수가 4개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무리한 건 아니지만, 이튿날 선발투수가 버젓이 있는 상황에서 김민우 선발은 상식적인 선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다.
안영명은 지난 1일 청주 KIA전에서 선발로 6이닝 101구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5일 대전 두산전에 갑자기 구원등판했다. 2이닝 36구 무실점으로 막고 5일 휴식을 취하며 11일 선발등판이 유력했지만 갑자기 뒤로 밀려났다. 불규칙한 등판 간격이 팀과 개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김민우는 후반기 한화에서 송창식과 함께 가장 고생하고 있는 투수다. 후반기 14경기 중 5경기를 선발로 나오는 등 40이닝을 소화했다. 지난달 29일 잠실 두산전 구원 2⅓이닝 48구를 시작으로 2일 청주 KIA전 구원 4⅔이닝 61구, 4일 대전 넥센전 구원 1⅔이닝 24구에 이어 6일 대전 두산전은 선발 6⅓이닝 92구를 던졌다. 그로부터 5일만의 선발등판. 2년 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재활한 스무살 투수에게는 강행군이 아닐 수 없다. 위장선발이라고 하기에는 뒤에 나올 좌완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더더욱 궁금증을 낳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우리는 내일 경기 선발투수를 경기 상황에 따라 그날 쓴다. 선발투수는 경기가 끝난 후 결정한다"며 "지난 번 (청주) KIA전에는 탈보트도 불펜 대기했다"고 밝혔다. 비상 체제에서 보직을 파괴한 건 오래 됐다. 그런데 다음날 선발도 이렇게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었다.
한화는 이제 7위까지 떨어졌다. 5위 롯데에 1.5경기차로 멀어지며 8위 SK에도 반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하루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순위 싸움에서 3연패를 당하며 위기에 봉착한 상황인데 연일 예상치 못한 깜짝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위태위태한 한화의 행보 과연 5위 탈환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waw@osen.co.kr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