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를 바꾸는 플레이부터 흐름을 뒤집는 홈런까지. 모든 것은 브렛 필(31, KIA 타이거즈)의 손에서 나왔다.
필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팀의 4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견인했다. 3타점은 팀이 2-3으로 끌려가던 8회초 1사 1, 3루에서 역전 3점홈런 한 방으로 만들어졌다. 분위기를 돌리기 위해 과감한 주루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던 필이 또 한 번의 결승타를 작렬시킨 것이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에서 승리해 2연승한 뒤 "필의 홈런도 좋았지만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라며 그의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칭찬했다. 팀이 1-2로 뒤지던 6회초 2사에 나온 필은 내야 가운데를 빠져나가는 안타를 치고 두산의 수비가 여유를 부리는 사이 2루까지 내달렸다. 정수빈이 뒤늦게 2루로 공을 보냈지만 태그가 이뤄지기 전에 필이 2루에 도달했다.

이것이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김 감독의 생각처럼 팀의 혼을 깨운 것은 분명했다. 이후 KIA는 백용환의 동점 솔로홈런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두산이 데이빈슨 로메로가 솔로홈런으로 다시 앞서 나가자 포기하지 않은 필의 3점홈런으로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분위기를 바꾼 것도, 자신의 투혼으로 바뀐 분위기 속에서 승부의 향방까지 바꿔놓은 것도 모두 필이었다.
필은 유독 경기를 역전시키는 한 방을 자주 터뜨린다. 이날 나온 스리런홈런은 필의 이번 시즌 12호 결승타이기도 했다. KIA의 60승 중 20%에 해당하는 12승이 필의 방망이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6회초 과감한 주룰플레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 필은 단순히 만들어진 찬스를 해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까지 만들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는 선수다.
주자가 있으면 더욱 집중력 있는 타격을 하기에 12번의 결승타도 따라왔다. 주자가 없을 때 타율 2할9푼1리인 필의 타율은 주자가 있으면 타율이 3할6푼8리로 크게 올라간다. 홈런은 경기 후반에 집중되는데, 필은 자신의 홈런 20개 중 9개를 7회 이후에 몰아쳤다. 결승타가 많은 비결 중 하나다.
필은 10일 경기 후 "5강에 가기 위한 선수단의 의지가 확고하다. 약 20경기를 남긴 상황에서 이대로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율 3할9리, 19홈런 66타점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도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쉬웠다던 필은 올해 건강한 모습으로 성적을 더 향상시키고 있다. 124경기에서 타율은 3할2푼7리고, 20홈런 고지에 오르며 93타점을 수확했다. 시즌을 앞두고 전력이 약화됐음에도 필이 있어 KIA도 5강을 꿈꿀 수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