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간절함이었다.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이는 KIA는 순위와는 별개로 분명한 수확들이 알차다. 일종의 새로운 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마운드에서 우완 임준혁의 등장이 돋보인다. 프로 밥을 10년 넘게 먹었는데도 그에게 '등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쓸만한 선발투수감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올해 성적을 보자. 22경기에 출전해 97⅓이닝을 소화하면서 8승4패1홀드, 방어율 3.98를 기록하고 있다. 입단후 11년 동안 거둔 승수와 올해 따낸 승수가 같다. 선발투수로는 17경기에 등판해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했다. 선발투수 이닝 소화력은 5이닝이 조금 넘는다. 피안타율은 2할7푼,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1.38이다.

달라진 것은 제구력이다. 9이닝당 볼넷은 3.32개이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보낸다. 볼넷을 주더라도 아슬아슬하게 빠진다. 어떨때는 서재응을 보는 듯 하다. 제구력이 좋기 때문에 선두타자를 내보내거나 어려운 위기도 곧잘 넘기고 까다로운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얼굴에서는 초초한 기색도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슬쩍 웃기까지 한다.
올해는 개막 1경기만에 허리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아무래도 작년 마무리 캠프에서 이어 오키나와 캠프에서도 훈련량이 많았고 연습경기에서 실전등판도 거르지 않았다. 여기에 시범경기까지 소화하느라 다소 몸에 무리가 갔다. 5월 초 복귀해 스윙맨으로 활약하다 6월도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나 7월부터 선발로테이션에 가담했다.
현재는 양현종, 조쉬 스틴슨에 이어 KIA의 3선발로 꾸준히 로테이션을 수행하는 없어서는 안되는 선발투수이다. 지난 2004년 포수로 입단해 투수로 전향했고 2008년과 2009년, 2014년까지 3년 동안 불펜투수로 기여도가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해는 부상, 군입대로 인해 존재감이 없었다. 한때 야구를 접으려고 했던 그가 괜찮은 선발투수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대진 투수 코치가 답을 내놓았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주저함이 없었고 간절함이었다. 이코치는 "임준혁은 원래 140km대 중후반의 빠른 볼을 던지는 등 스피드에 욕심이 컸다. 그러나 작년 마무리 캠프에서 스피드 대신 정교함과 제구력, 타자와 수싸움을 벌이는 투구를 해야한다고 주문했고 준혁이가 이번 변화를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변화의 이유는 간절함이었다. 임준혁은 상무시절 선발투수로 자신감을 가졌다. 제대후 KIA에 복귀해 1군에서 잠깐 던졌지만 실패했고 기회도 없었다. 낙담했고 타 구단에서 뛸 기회도 얻지 못했다. 작년 30경기에 뛰었지만 제자리 걸음 뿐이었다. 그제서야 변화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느꼈고 가을 마무리 캠프 최고령 투수로 참가해 많은 땀을 흘리며 변신을 위해 몸부림쳤다. 김기태 신임 감독도 그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생각을 바꾸니 기술도 달라졌다. 이 코치는 "마무리 캠프에서 몸쪽 승부를 익히는데 주력했다. (실전과 불펜에서) 스스로 해보면서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포수 출신이라 팔로만 빠른 스윙을 해서 스피드를 높이려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몸통과 중심이동을 이용한 투구훈련에 전념했다. 이것을 몸에 익히면서 직구의 스피드는 낮아졌지만 볼끝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시즌 실적으로 드러났다.
잘 안풀리면 드러나는 굳은 표정도 조금씩 사라졌다. 멘탈에서도 굳건함이 생기며 선발투수의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남은 시즌 목표는 10승이다. 물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야 1년차 선발이라고 볼 수 있다. 선발투수로서의 꾸준함이다. "올해 도약에 성공한 만큼 내년에도 굳건한 선발투수로 자리 잡으려면 올해를 준비한 이상의 노력을 해야한다." 이대진 코치의 주문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