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데에는 마운드 붕괴뿐만이 아니다. 간판스타 김태균(33)의 타격 슬럼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김태균은 올해 121경기 타율 3할1푼9리 119안타 21홈런 100타점 92볼넷 출루율 4할6푼3리 장타율 5할5푼8리 OPS 1.021로 여전히 리그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전반기 78경기 타율 3할4푼5리 17홈런 74타점 OPS 1.145에 비해 후반기에는 43경기 타율 2할8푼 4홈런 26타점 OPS .834로 하락세에 있다.
특히 9월에는 9경기에서 32타수 8안타 타율 2할5푼 무홈런 4타점 OPS .640으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지난 2007년 이후 김태균의 9월 월간 통산 성적을 보면 타율 3할7리 15홈런 48타점 OPS .912로 다른 달에 비해서 부진한 편인데 올해는 더 심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김태균의 부진 이유를 타격 기술에서 찾고 있다. 김 감독은 10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김태균에 대해 "너무 치려고 하니까 타격 타이밍이 빠르다. 맞아도 타구가 제대로 안 뜨고, 밸런스도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며 "배트 가운데 끝으로 가볍게 맞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경기 전 훈련에서도 김 감독은 김태균에게 이것저것 주문을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연습 때처럼 하면 괜찮을 것이다"고 기대했지만 김태균은 이날 경기에서도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SK 에이스 김광현을 만나 무기력했다. 삼진 3개와 병살타 1개로 아쉬움을 남겼다.
김태균의 부진을 놓고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게 체력 저하다. 김태균은 스트라이드를 하지 않고 두 다리를 땅에 고정시키는 타격 폼부터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게다가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880g짜리 가벼운 배트를 쓰는데 시즌 시작을 이렇게 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가을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올해 봄 고치와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까지, 김태균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끌기 위해 솔선수범했다. 몸이 아파도 군말 없이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치지 않을 수 없다. 시즌 중에도 경기 전후로 '특타'를 하는 김태균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야구인은 "김태균 정도 되는 타자가 특타를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김태균은 2009년 뇌진탕 이후 체력적인 관리가 꼭 필요하다. 날이 더운 여름에는 특히 그렇다. 지금은 잘 쉬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성근 감독이 보는 김태균 부진 이유가 그저 타격 기술이 전부일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게 진짜 문제다. /waw@osen.co.kr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