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이라는 시련을 겪었던 SK 최고 기대주 이건욱(20)이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팔꿈치 상태, 전반적인 몸 상태는 아주 좋다. 이제 건강한 신체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떨칠 날만 남았다. 이건욱도 그 어느 때보다 밝은 표정으로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SK의 1차 지명을 받은 이건욱은 1년 넘게 재활에 매달렸다. 동산고 시절 지역은 물론 국가대표 우완 에이스 중 하나로 명성을 날렸던 이건욱이지만 고교 때 너무 많은 짐이 올려져 있었던 팔꿈치는 정상이 아니었다. 결국 SK 유니폼을 입고 제대로 공도 던져보지 못한 채 수술대에 올랐다. 구단은 후일을 기약했고 이 어린 선수에게는 고통의 나날이 시작됐다.
당초 예정보다 재활이 길어지기도 했다. 역시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내지 못했다고 솔직히 말하는 이건욱이다. 조금씩 강도를 높일 때 찾아오는 통증에 대한 겁에 질렸다. 의학적인 팔꿈치 상태는 정상인데, 그 심리적 벽을 깨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기들이나 고교 무대에서 같이 뛰었던 친구·동료들이 프로에서 뛸 때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자괴감도 들었다. 이건욱은 “고교 때 같이 뛰던 선수들이 TV에서 나오는데, 나는 재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담담히 떠올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공포와 부러움에서 완벽히 탈출했다. 몸 상태가 거의 완벽하게 돌아왔다. 재활을 마치고 지난 8월 루키군에 합류한 이건욱은 올 시즌이 가기 전 마운드에 다시 오르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퓨처스리그(2군) 4경기에서 3⅓이닝을 던지면서 피안타율 1할을 기록했다. 자책점도 없었다. 3일 LG 2군과의 경기에서는 1이닝 3탈삼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상진 투수코치는 “아직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과정은 순조로운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구속은 좋을 때의 시절로 상당 부분 돌아왔다는 것이 이건욱의 이야기다. 스피드건에는 144㎞까지 찍혔다. 평균적으로도 140㎞ 초반대를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는 만들어졌다. 이건욱은 “더 이상 아픈 곳은 없다. 아프지 않으니 기분이 좋다”라고 씩 웃어 보였다. 1년 반 동안 악몽에 시달렸던 이 젊은 선수의 얼굴에는 완연한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이제 아프지 않으니 계획대로 몸을 끌어올리는 일만 남았다. 말투와 표정에서 설렘이 묻어 나온다. 아무래도 1년 반 이상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으니 지금 투구 밸런스는 만족스러울 리 없다. 이건욱도 “밸런스가 왔다 갔다 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 체력도 다시 키워야 한다”라면서 “지금은 50개 정도밖에 던질 수 없는 상태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최소한 100개를 던질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개수를 늘려 선발로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는 SK가 가장 원하는 이상적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몸 상태가 완벽하게 만들어지면 기술적인 부분 향상에도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건욱은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조합으로 고교 무대를 평정했다. 두 구종의 완성도는 1군 레벨에서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선발로 뛰려면 구종을 추가해야 한다. 이건욱은 “체인지업과 커브를 연습하고 있는데 마음대로 잘 안 된다”라고 슬며시 미소 지었다. 특히 커브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 이건욱의 설명. 고교 시절에 아예 안 던졌던 구종은 아닌 만큼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 중이다.
물론 이 유망주가 화려하게 날아오를 날은 아직 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1년 전까지만 해도 이건욱은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라는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있던 선수였다. 그런 이건욱은 이제 밸런스, 체력, 개수, 그리고 구종을 이야기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면 된다. 김광현의 뒤를 이을 토종 에이스로 성장하려면 응당 밟아야 할 길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