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똑같이 1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 남은 16이닝 동안 처절한 불펜 싸움이 불가피했다. 이 승부처에서 SK 불펜이 완승을 거두고 8위에서 벗어났다.
SK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8이닝을 1실점으로 버틴 불펜 투수들의 눈부신 호투와 적시에 득점을 뽑아낸 타선의 집중력을 묶어 9-4로 이겼다. 대전 2연승을 싹쓸이하며 3연승을 내달린 SK(58승65패1무)는 7위 한화와의 순위를 맞바꾸며 지긋지긋한 8위에서 벗어났다. 이날 삼성에게 진 롯데, 노게임이 선언된 KIA와의 승차도 1경기로 줄이며 5위 싸움에 다시 뛰어들었다.
전날 김광현의 역투로 중요한 고비를 넘긴 SK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1회 타선이 상대 선발 김민우를 두들기며 4점을 냈다. 그러나 위기는 찾아왔다. 선발 박종훈이 1회 2사 후 3점을 내주며 1점차까지 쫓긴 것. SK 벤치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박종훈을 그대로 밀고 가자니 다소간 불안감이 있었고 그렇다고 불펜을 동원하자니 남은 8이닝은 너무 많아 보인 것.

그러나 투수코치 보직 변경 이후 불펜 동원 타이밍이 점점 빨라지고 과감해지고 있는 SK는 이날 조기에 승부를 걸었다. 2회부터 불펜 가동을 결정한 것. 첫 주자는 역시 ‘마당쇠’ 전유수였다. 5일 넥센전 등판 이후 푹 쉰 전유수는 2이닝 동안 44개의 공을 던지며 볼넷 3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버티며 점수차를 지켜냈다. 이날 승리투수로 기록될 만한 충분한 가치 있는 피칭을 펼쳤다.
4회에는 박희수가 올라왔다. 역시 1일 두산전 이후 등판이 없어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박희수는 이날 박종훈을 겨냥해 출격한 한화 좌타자들을 효율적으로 잡아내며 1⅔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전유수 박희수가 버티는 사이 SK는 5회 한화 두 번째 투수 안영명을 두들겨 3점을 뽑아내 7-3으로 달아났다. 불펜이 버티면 타선이 도망가는, 아주 이상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SK는 전날 충분한 휴식을 취했던 필승조들이 줄줄이 등판해 한화의 추격을 저지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실점은 하지 않는 끈질긴 모습으로 타선을 응원했다. 박희수에 이어 박정배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그 뒤에 이어 등판한 신재웅은 6회 2사 만루의 절대적인 위기에서 김경언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팀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8회 이용규의 적시타로 1점을 주긴 했지만 이미 7회와 8회 공격에서 1점씩을 뽑아 도망간 상태의 SK였다. SK는 투구수 30개를 넘긴 신재웅을 대신해 8회 채병룡을 불펜에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결국 SK는 8회 또 한 번의 2사 만루 위기를 벗어나며 필승조 투수인 윤길현 정우람을 아낀 채로 마산을 향할 수 있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나온 최선의 결과였다.
반대로 한화는 1회 김민우가 4실점하자 곧바로 안영명을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으나 결국 타선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패착이 됐다. 히든카드였던 안영명은 3⅔이닝 동안 66개의 공을 던졌으나 3실점해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최근 논란이 된 송창식까지 1이닝을 던졌으나 추격은 실패했다. 점수차가 벌어지자 한화도 박성호 김범수 정대훈을 올려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skullboy@osen.co.kr
대전=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