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규-종현 지키는 골밑, 어깨가 무겁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9.12 06: 43

베테랑 김주성(36, 동부)이 물러난 한국농구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동광 감독이 지휘하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오는 23일 중국 장사에서 개막하는 2015 아시아농구선수권에 출격한다. 2016 리우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중요한 대회다. 대표팀은 11일 오후 안암동 화정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연습경기서 고려대를 상대로 96-70으로 크게 이겼다. 
김동광 감독은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들을 주축으로 팀을 짜겠다고 선언했다. 워낙 훈련시간이 짧아 조직력이 맞춰진 선수들을 중용하려는 의도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에 아시안게임 멤버 중 절반만 남아 있다. 가드 양동근, 박찬희, 조성민, 김태술 센터 김종규, 이종현이 그들. 포워드는 전부 물갈이가 됐다. 특히 골밑을 책임졌던 김주성과 오세근의 빈자리가 크다.

햄스트링이 좋지 않은 하승진은 존스컵 후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대학생 강상재가 빈자리를 메웠다. 이제 대표팀 골밑은 20대 초중반인 김종규(24, 207cm), 이종현(21, 206cm), 이승현(23, 197cm), 강상재(21, 200cm)가 책임져야 한다. 역대 대표팀 중 가장 어리고 경험이 없는 빅맨진이다.
고려대전에서 가장 많은 지적을 들은 선수는 김종규와 이종현이었다. 둘은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리바운드를 잡은 김종규가 펌프페이크를 하며 슛을 머뭇거리자 곧바로 “종규! 뭐가 무서워?”라며 김 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종현도 스크린을 어설프게 걸다 혼쭐이 났다.
김동광 감독은 “센터들이 노련미가 없다. 나갈 때 안 나갈 때 강약조절을 못한다. 무조건 열심히는 한다. 체력소모는 하는데 득이 없다. 수비의 맥을 끊을 줄 아는 노련미가 없어 힘들어 한다. 코칭스태프 요구는 많은데 안 되니 죽겠는 거지”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센터포지션은 수비에서 최후의 보루다. 전체적인 수비전술을 읽고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또 구멍이 생겼을 때 메우는 것도 센터다. 김주성이 버틴 동부가 수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다. 하지만 김종규와 이종현은 자기 상대 막기도 바쁜 상황. 
지난해 김주성이 있을 때는 연습이 더 매끄러웠다. 어린 선수들이 못 따라갈 때 김주성이 바로 설명을 해줬다. 아무래도 같은 센터출신 선수가 설명을 해주면 김종규와 이종현도 쉽게 알아들었다. 오세근이 뛰는 것을 보기만 해도 공부가 됐고, 의지가 됐다. 하지만 이제 김종규와 이종현은 홀로서야 하는 위치다. 경험이 적어 쉽지 않다.
김동광호 모범생 이승현도 고려대 후배들을 맞아 고전했다. 예전 같지 않게 체력이 달렸다. 윤호영이 빠진 대표팀은 11명으로 존스컵에 갔다. 조성민과 양동근은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다. 하승진도 풀타임을 소화하기 무리였다. 결국 빅맨진은 거의 김종규, 이종현, 이승현이 3인 로테이션으로 뛰었다. 아무리 혈기왕성한 20대라도 9일 동안 8경기를 뛰니 힘에 부칠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선수권 경기일정도 만만치 않게 빡빡하다.
김동광 감독은 “9명이 존스컵을 뛰었다. 하승진이 거의 못 뛰니 셋이서 풀로 돌아갔다. (김)종규, (이)종현이, (이)승현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 한다”며 우려했다. 그렇다고 연습을 적당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센터들의 속공참여가 늦자 곧바로 다시 호통이 나왔다.  
김동광 감독은 “제일 문제가 속공에서 센터들이 넓게 달려줘야 하는데 종규와 종현이가 드리블러 바로 옆에서 뛴다. 스크린을 걸고 뛸 생각만 하다 보니 (가드의) 시야에 (센터들이) 가려서 (패스를 못 받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4쿼터에 가서 김종규와 이종현의 속공이 터졌다. 그제야 김 감독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올해 아시아선수권에 그 어느 때보다 걸출한 센터들이 총출동한다. 중국의 이젠롄(28, 213cm), 왕저린(21, 213cm),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30, 218cm), 필리핀의 안드레이 블라치(29, 211cm), 레바논의 로렌 우즈(37, 218cm)가 그들. 한국농구의 성적은 젊은 빅맨들의 선전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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