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를 하늘이 도왔다. 따라온 행운을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5강 경쟁 중인 팀이 탄력을 받을 발판도 생긴다.
지난 11일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와 맞섰던 KIA는 선발 임기준이 1회말에만 6실점하며 0-6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2회말과 3회초에 한 번씩 경기가 우천 중단됐고, 결국 재개되지 못해 노 게임이 됐다. 두산은 승리 확률이 높은 경기를 놓쳤고, 반대로 KIA는 표정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1일엔 세 가지 행운이 KIA와 함께했다. 우선 0-6으로 뒤지던 경기가 없던 일이 되면서 1패를 누적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늘의 뜻이었다. 다음 행운은 5위 롯데가 삼성에 패한 것이고, 마지막은 8위 SK와 7위 한화의 대결에서 SK가 승리해 두 팀의 순위가 바뀐 것이다. 어차피 둘 중 하나는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밑에 있던 SK가 이긴 것이 KIA로서는 그나마 낫다.

이런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KIA는 5위와의 승차를 0.5경기 줄였다. 이제 5위 롯데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6위다. 그리고 7위와의 격차는 그대로 1경기다. 한화가 승리했다면 7위와의 차이가 0.5경기였겠지만 SK가 7위로 올라오면서 바로 아래 팀과의 승차가 줄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좋은 것은 투수력을 크게 소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기준이 물러난 뒤 김병현이 올라왔지만 그도 1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3회말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가 취소되면서 투수가 더 투입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선발이었던 임기준은 37구만 던졌기 때문에 휴식을 취한 뒤 필요하면 일시적으로 불펜으로 돌려 짧은 이닝을 맡게 할 수도 있다.
피로도나 분위기 면에서도 경기를 끝까지 한 것보단 이득이다. 12일부터 광주에서 2연전을 벌일 상대인 LG 역시 11일 수원 kt전에서 5회말까지만 치르고 강우콜드패를 당해 광주로 일찍 출발할 수 있게 됐지만 지고 나서 원정지로 내려가는 LG보다 패배 직전에서 기사회생한 뒤 홈으로 돌아가는 KIA의 기세가 좋을 수밖에 없다.
여러모로 KIA는 하늘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이제는 팀이 이 분위기를 5강 진출 기회로 이어가야 할 차례다. 비가 패배 위기였던 KIA를 건져준 덕에 2연승은 끊기지 않았다. 주말 2연전에서 5강 경쟁권인 롯데와 한화가 사직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사이 비교적 약체인 LG를 상대로 홈에서 선전하면 2연전 후 유리한 위치로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고비는 12일 선발 싸움이다. 객관적으로 유창식이 루카스 하렐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불펜 필승조를 하루 아낀 만큼 유창식이 루카스와의 맞대결에서 크게 밀리지만 않는다면 경기 중, 후반에 찬스는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