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흔들림없이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3할2푼7리, 20홈런, 9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팀내 최고의 타격 고과자이다. 뿐만 아니라 인성과 팀 화합력에서도 팀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이다. 아직 시즌이 남아있지만 입단 3년째를 맞는 내년 시즌 재계약이 확정적인 이유이다.
▲외인결승타 1위
필은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초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시즌 13번째 결승타이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단연 1위이다. 토종까지 합하면 4위의 기록이다. 승부를 결정짓는 고비에서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LG와의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역전 끝내기 투런포를 날렸다. 끝내기타 두 번에 만루홈런도 두 번 터트렸다. 그래서 극적인 사나이로 불리운다.

▲외인출전경기 1위
필은 올해 124경기에 출전했다. 팀의 125경기 가운데 하루만 쉬었다. 그것도 조쉬 스틴슨과 에반 믹이 동시에 등판하는 통에 외국인 출전 규정에 묶여 강제 휴식이었다. 외국인 타자 가운데 삼상 나바로, NC 테임즈와 경기수가 같다. 소속팀 경기로 보자면 필이 가장 소화력이 높다. 부상없이 꾸준히 출전하는 체력과 근면성이 대단하다.
▲스마트 타격-득점권 타율 외인 2위
필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득점권에서 좋은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득점권 타율이 3할4푼5리, 리그 9위이다. 외국인 타자들과 견주면 롯데 아두치(.368/4위)에 이어 2위이다. 찬스만 되면 큰 것을 노리기 보다는 득점타에 주력한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짧게 치려는 모습에서 타점을 만들어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홈런이 20개인데도 93타점을 올리고 있다.

▲허슬주루와 스마트수비
그는 머리가 좋다. 타격에서도 그런 모습이 빛을 발하지만 주루와 수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발이 빠르지는 않지만 도루를 13개를 했다. 9번의 도루실패가 있지만 적극적인 주루를 펼친다. 상대 수비에 빈틈이 보이면 다음 베이스를 과감하게 파고든다. 허슬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10일 두산경기에서 중견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치고 상대가 느슨한 플레이를 하자 2루까지 폭풍질주해 잠자는 동료들의 의식을 깨웠다. 수비에서도 시야가 넓어 상대주자의 움직임을 보고 객사시키는 장면도 연출한다.
▲포지션 이동도 OK
포지션에서 필의 주종목은 1루수이다. 1루를 지키고 싶지만 팀이 원하면 경기중 포지션을 바꾼다. 우익수로 나서기도 했고 2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외야나 2루수에의 수비력은 탁월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능력은 보여준다. 자신의 포지션에 고집을 피울 수도 있지만 그는 생각이 다르다. 팀이 이긴다면 기꺼이 자신의 고집을 꺾는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에는 붙박이 2루수로 가라고 요청하면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20홈런이 초라하다?
필은 올해 20홈런이다. 나바로, 테임즈 등 펑펑 터지는 다른 팀의 외국인 타자에 비하면 초라해보일 수도 있다. 필의 타격은 홈런 위주의 타격이 아니다. 득점 찬스에서 타점 위주의 타격을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타점과 결승타점이 많다. 특히 올해는 주포 나지완의 계속되는 부진과 이범호도 초반 주춤했고 최희섭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팀의 중심라인이 빠진 가운데 고군분투했다. 만일 홈런만 노렸다면 30홈런도 가능했겠지만 정작 팀에 귀중한 타점은 줄어들었을 것이다.
▲훌륭한 인품과 외인들의 리더
필은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게 화내는 법이 없다. 더그아웃 분위기와 라커룸 분위기를 해치는 법이 없다. 동료들을 항상 웃으면서 대한다. 2년째를 보내면서 동료들과의 신뢰관계가 두텁다. 10일 역전 스리런 홈런은 이범호의 조언을 받은 것이다. 그만큼 주변의 충고 등도 쉽게 받아 들인다. 물론 자신도 조언을 할 때도 많다. 특히 다른 외인들이 잘 적응하도록 이끌어주는 능력도 뛰어나다. 필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토종들과 외인들 사이의 벽이 없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러다 외국인 최초의 주장이(?) 나올 지도 모른다.

▲소맥 징크스
필은 술을 가끔 마신다. 특히 한국의 소맥(일명 소폭)을 좋아한다. 단 조건이 있다.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슬럼프 조짐이 있을 경우이다. 그때는 지인들과 집앞의 선술집을 찾아 소맥을 말아 마신다. 물론 애주가는 아니라 많이 마시지 않고 몇 잔 정도이다. 그런데 소맥을 장전하면 폭탄처럼 방망이가 터지는 징크스가 있다. 10일 두산전 역전 스리런 홈런의 이면에는 이틀전 소폭을 장전했기 때문이었다.
▲킨리와 한국사랑
잘 알려진대로 필은 첫 아이 킨리를 한국에서 낳았다. 아내가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한국에서 낳겠다고 하자 구단이 놀랐다. 여직원들을 중심으로 각별한 관심을 쏟아 건강한 딸을 순산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킨리는 주변의 애정을 듬뿍 받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필 부부는 이례적으로 지난 7월 광주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돌잔치를 열어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런저런 인연이 깊어져 두 부부는 한국과 광주를 좋아한다.
▲KIA의 영원한 조력자?
외국인은 그 해의 농사를 결정짓는 절대 변수이다. 그런데 요즘 외국인 선수의 영입 루트가 새로워지고 있다. 소속 팀 출신의 외국인의 도움을 받아 스카우트를 하는 방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롯데는 외국인 스카우트로 변신한 사도스키의 조언을 받아 훌륭한 외국인들을 영입했다. KIA도 미래에 필이 야구를 그만두는 시점이 오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성실하고 눈썰미가 뛰어난 미래의 조력자를 확보하는 셈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