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후련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포수 강민호(30)는 올해 자신의 마음 속에 세워 둔 목표 하나를 이뤘다. 바로 30홈런이다.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강민호는 2회 타일러 클로이드를 상대로 솔로포를 터트려 30홈런 고지를 밟았다.
여러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역대 3번째 포수 30홈런 고지를 밟은 것이다. 이제까지 포수 30홈런은 박경완 SK 와이번스 육성총괄이 2000년(40홈런)과 2004년(34개) 두 번 기록했을 뿐이었다. 강민호는 우상 박경완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11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강민호는 정말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리그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로 활약했던 강민호에게 2013년부터 찾아 온 타격부진은 견디기 힘든 시련과도 같았다. 2013년 이후 FA 계약을 맺고 롯데에 잔류했지만, 지난해에는 골이 더욱 깊어졌다. 핵심선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담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강민호가 30홈런을 달성하고 난 뒤 했던 말은 "장종훈 코치님과 지난 겨울 흘린 땀방울이 기억난다"였다.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고 큰 맥을 짚어주는 장 코치의 지도방식은 강민호와 딱 맞았다. 변화구 대처에 약점이 있다는 생각에 히팅포인트를 자꾸만 뒤에 놨던 강민호는 장 코치의 조언을 듣고 앞으로 옮겼고, 이는 장타 폭발로 이어졌다.
전반기에만 강민호는 72경기에서 홈런 24개를 날렸고, 타점 60점을 올렸다. 자연스럽게 올해 목표를 30홈런에 100타점으로 잡았다. 이제까지 포수 3할-30홈런-100타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중 강민호가 가장 애착을 보였던 기록은 30홈런이었다. 후반기 타율은 3할대를 유지했지만 장타가 터지지 않았던 강민호는 30홈런을 치고 나서야 "이제 정말 후련하다"고 웃었다.
다만 100타점 달성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1일 현재 강민호는 81타점을 기록 중인데, 롯데는 16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물론 올해 8타점 경기가 한 번 있었고, 5타점도 두 번이나 했지만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강민호도 "100타점은 힘들 것 같다. 이건 좀 아쉽다"고 말했다.
만약 강민호가 타율 3할을 유지한 채 시즌을 마치면 최초의 '포수 3할-30홈런'이 된다. 박경완도 홈런 30개를 넘겼던 두 번의 시즌에서 3할 타율은 하지 못했다. 강민호는 "작년엔 타율 2할2푼 쳤었다"면서 씩 웃었다. 현재 강민호의 타율은 3할1푼1리, 작년에는 2할2푼9리였다.
그래도 강민호는 "(30홈런은) 내 가슴속에 있었던 간절한 기록이었다. 이걸 해서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담을 덜어버린 강민호는 11일 사직 삼성전에서도 홈런포를 가동, 시즌 31홈런을 기록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