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는 0-8, 경기 초반이지만 한화 더그아웃은 수심으로 가득했다. 1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전에서 2회에만 김문호의 만루포와 최준석의 투런포를 더해 7점을 헌납했고, 3회에는 오승택에게 솔로포를 맞고 스코어가 8점 차까지 벌어졌다.
한화의 희망은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비였다. 경기 전 사직구장에는 비가 내렸고, 그라운드 정비 때문에 32분 늦게 시작했다. 겨우 경기를 시작했지만 3회초부터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번 빗줄기는 굵었다. 한화 벤치에서도 시간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투수교체를 두 번이나 했다. 3회말 2사 후 주자가 없는데 갑자기 투수구 64개의 선발 배영수를 뺐고, 이동걸이 올라가자마자 홈런을 허용하자 이번에는 김범수를 투입하기 위해 또 마운드를 방문했다.

이동걸이 마운드를 내려가는 것과 동시에 경기는 우천 중단됐다. 사직구장 내야는 풀장처럼 물이 가득했다. 평소 같았으면 우천 노게임이 선언될 수도 있었지만, 시즌 막판인데다가 홈팀 롯데가 워낙 크게 앞서고 있었다. 심판들 역시 경기 진행 의지가 강했다. 무엇보다 비구름이 스쳐가는 형태라 일단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
결국 한화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빗줄기는 약해졌고, 롯데는 구단 직원까지 총동원해 그라운드 물빼기 작업에 돌입했다. 1시간 2분을 기다린 끝에 경기는 속개됐고, 한화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2-11로 패했다.
최근 5연패 늪에 빠진 한화는 어느덧 5위 롯데와 2.5게임 차까지 벌어졌다. 이제 남은 정규리그 경기는 15경기 뿐이다. /cleanupp@osen.co.kr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