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스타] 넥센 허정협, 까만 피부가 증명하는 노력파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09.15 09: 50

1군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탑 불빛 아래 그라운드를 누빌 때 2군 선수들은 땡볕에서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1군에서 선발로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는 2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는 2군 유망주들을 OSEN이 한 명씩 소개합니다.
살이 쪽 빠지고 피부가 더 까매졌다. 올 시즌 화성구장에서 '자동 다이어트'가 됐다는 허정협(넥센, 25)은 9월 확대 엔트리로 1군을 찾았을 때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낮 경기로 인해 구릿빛으로 바뀐 피부는 둘째 치고 얼굴살이 빠지면서 더 호리호리해진 모습이 얼마나 그가 1년을 치열하게 살았는지 보여줬다.
12일 만난 그는 "제가 너무 부족한 게 많다. 기술적으로 기본기도 아쉽고 수비나 주루도 부족한 것 같아서 열심히 훈련을 했다. 송지만 코치님이 항상 많이 도와주셨다. 살은 5kg 정도 빠졌는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육량은 늘고 지방이 빠지다 보니 더 많이 빠진 것처럼 보신다"고 자신의 '변신'을 설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육성선수로 넥센에 입단한 그는 육성선수 신분으로는 유일하게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승선하며 주목받았다. 당시 허정협에게 러브콜을 보낸 넥센 스카우트는 "우리 팀에 어울릴 장타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정협 역시 강타자들이 많은 팀인 넥센에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아 넥센 유니폼을 택했다. 그는 "넥센에 온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전까지는 사연의 연속. 인천고를 나온 허정협은 투수로서 지명받는 데 실패하고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에서 타자로 전향했으나 야구를 그만둘 생각에 2010년 육군으로 입대해 현역 근무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야구'라는 생각에 제대 후 재입학해 훈련에 매진했고 야구선수로 1군을 밟는 기회도 얻었다.
7월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됐으나 타석 한 번, 그라운드 잔디 한 번 못밟아보고 다시 2군에 내려간 그는 올해 퓨처스 홈런 2위(19개)를 기록하고 다시 1군 부름을 받았다. 허정협은 "7월 잠깐이지만 1군에 갔다온 게 도움이 많이 됐다. 형들 플레이를 많이 보면서 배웠다. 그 후로 타율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2군 홈런 2위보다는 1군 첫 안타(9월 9일 두산전)가 올해 더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제 처음 1군을 맛본 허정협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내후년을 보고 있다. 그는 "내년 당장 1군에서 저를 써달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하다. 내년에 2군에서 더 경험을 쌓아서 내후년쯤에는 1군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들께 항상 그라운드 위에서 절박한 마인드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드릴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한때 넥센 관계자는 "우리 팀에 사연 없는 선수 찾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는 높은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고 입단하는 유망주들도 많지만 여전히 한 타석이 절실하고 프로 유니폼이 특별한 선수들도 많다. 허정협 역시 다시 찾은 야구 기회 속에서 '내일의 스타'를 꿈꾸고 있다./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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