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NC·넥센·두산은 이변이 없는 이상 가을야구 진출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그것에 안주할 수는 없다. 가을야구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휴전을 앞두고 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고지전이 벌어지는 것처럼, 4팀도 포스트시즌을 좀 더 유리하게 시작하기 위한 순위싸움이 벌어질 기세다.
올 시즌 KBO 리그 최고의 흥행 지점은 와일드카드 진출권이 주어지는 5위다. 롯데·KIA·SK·한화가 오밀조밀하게 몰려 숨 막히는 혈투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4강 내의 순위 다툼도 흥미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가을을 시작하느냐, 플레이오프부터 가을을 시작하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마찬가지로 한국시리즈 직행은 절대적인 이점이라고 할 만하다.
이 싸움이 흥미로운 것은 아직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맞대결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어 언제든지 뒤집기가 가능한 격차이기도 하다. 12일 현재 선두 삼성과 4위 두산의 승차는 8.5경기다. 이는 따라잡기 어려운 차이다. 하지만 잘게 썰어 보면 상황은 다르다. 삼성과 2위 NC의 승차는 3.5경기다. 그리고 2위 NC와 3위 넥센의 승차는 2.5경기, 3위 넥센과 4위 두산의 승차는 2.5경기다. 바로 앞선 주자는 가시권에 있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최종 1~4위 순위는 지금과 다를 수도 있다.

현재 상황상 삼성과 NC는 1위를 놓고 다툴 전망이다. 삼성이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NC도 최근 연승의 기세를 탔다. 삼성이 조금이라도 삐끗한다면 NC가 사정거리 내에서 추격하는 복잡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반면 NC는 넥센의 추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넥센도 3위와 2위는 다른 만큼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벌일 전망이다. 넥센은 9월 들어 9승2패를 기록, 가장 성적이 좋은 팀이기도 하다.
넥센과 두산의 3위 쟁탈전도 5위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 올 시즌은 와일드카드 진출팀이 4위 팀과 이른바 '준준플레이오프'를 벌인다. 예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팀에 그렇게 큰 이점은 없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4위 팀, 혹은 5위 팀이 최대 2경기를 치르고 3위와 맞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반드시 3위를 탈환해야 하는 상황이고, 넥센은 최소 3위는 지켜야 한다.
막판 맞대결 일정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변수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기는 하다. 현재 상황만 놓고 따져보면 넥센과 NC는 20일과 21일 2연전을 벌인다. NC가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2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추격을 노려볼 수도 있다. NC와 넥센은 29일에도 맞대결 일정이 있다.
하지만 다른 경기 일정에 따라 현재 순위는 바뀔 수 있고, 또 그 나름대로의 순위 맞대결이 있을 수 있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4위 두산은 가장 적은 경기를 치렀다는 점에서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현재 순위가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막판 추월 경쟁이 벌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