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 업’ 박희수, 클래스는 살아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9.13 09: 57

길었던 터널을 빠져 나온 SK 수호신 박희수(32)가 완벽 복귀를 위한 예열을 마쳐가고 있다. 1군 복귀 후 9경기에 나서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점점 나아지는 투구 내용은 2016년 박희수의 완벽한 재기 증명을 예감케 한다.
왼 어깨 통증으로 1년 이상 재활에 매달렸던 박희수는 지난 8월 17일 1군 엔트리에 전격 합류하며 그토록 기다렸던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리고 그 후 9경기에 나섰다. 성적은 좋다. 9경기에서 7이닝을 던지며 1홀드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완벽한 상태라고는 볼 수 없지만 순조로운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박희수도 "상태는 괜찮다. 서서히 페이스가 올라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당초 8월 말까지는 2군에 있을 것이라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1군에 올라온 박희수다. 퓨처스리그 일정이 마무리 단계라 경기가 띄엄띄엄하고, 어차피 1군 컨디션은 2군과 엄연히 다른 만큼 좀 더 빠른 적응을 위한 결정이었다. 당연히 1군 합류 후 초반에는 정상적인 구위가 아니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이 130㎞대 초·중반에 그치는 등 아직은 갈 길이 더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최근은 다르다. 좀 더 투구이닝을 늘리면서도 구위를 유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복귀 이후 최다인 1⅔이닝을 던졌다. 피안타는 없었고 볼넷 2개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버텨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구속이 올라오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점은 박희수가 정상적인 단계를 밟아가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날 최고 구속은 139㎞까지 나왔다. 이는 지난해 부상 직전 구속과 큰 차이가 없다. 한창 좋을 때의 80~90% 컨디션까지는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섞은 로케이션은 여전히 훌륭했고 제구는 상대 타자의 허를 찔렀다. 좌타자 바깥쪽 꽉 찬 코스를 공략하는 빠른 공은 '역시 박희수'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SK 벤치도 철저한 관리 속에 박희수를 바라보고 있다. 올해보다는 내년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박희수의 연투는 두 번뿐이었고 연투시 합계 투구이닝은 1⅓이닝 이하였다. 3연투는 당연히 없었다. 9월 1일 두산전에서 1⅓이닝을 던진 뒤 열흘을 쉬고 11일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아직은 철저하게 관리해줘야 한다는 계산인데 박희수의 구위는 벤치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올라오고 있다.
11일 경기에서 708일 만의 홀드도 기록한 박희수는 "타이트한 상황이라 평소보다 좀 더 집중해서 던졌는데 많이 쉬어서인지 힘이 있었다. 코칭스태프에서 관리를 잘해주신 덕분"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희수의 컨디션이 조금 더 올라온다면 신재웅과 함께 상대 왼손 타자를 막아낼 무기가 될 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1이닝도 맡길 수 있는 믿을맨도 하나 더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거듭되는 등판 속에 내년에 대한 기대는 더 커질 것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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