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우완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0)가 팀을 수렁에서 구했다.
로저스는 1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 8⅓이닝 10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8회까지는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9회 완투를 노리다가 4안타를 맞고 자책점이 늘어났다. 투구수는 129개, 시즌 최다 투구수다.
이날 경기는 한화의 올 시즌 최종순위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이번 주 한화는 5경기에서 내리 지면서 순위가 8위까지 추락했었다. 마운드는 지친 기색을 감출 수 없었고, 타자들 역시 폭발력이 부족했다.

한화가 믿을 곳은 화려한 용병술도, 화끈한 타격도 아니었다. 에이스 로저스의 오른 어깨였다. 로저스는 9월 들어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던 롯데 타선을 4안타 1실점으로 봉쇄하면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사실 연패의 시작도 로저스였다. 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8회까지 3실점으로 호투하다가 9회에도 등판,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떠났다가 대역전패를 당했다. 로저스로서는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경기였지만, 에이스 등판일이 팀이 역전패를 당한 건 분명한 타격이었다.
이날 롯데 구단 전력분석팀이 측정한 로저스의 최고구속은 155km, 경기가 중반으로 접어들며 직구 최고구속은 2~3km 정도 줄었지만 꾸준히 힘있는 공을 던지면서 롯데 타자들을 압박했다. 롯데는 최대한 많은 공을 보는 작전을 들고 나왔지만, 로저스의 구위를 이겨낼 수 없었다.
로저스의 호투를 앞세운 한화는 롯데를 잡고 일단 급한 불은 껐다. 이제 5위 롯데와 격차는 다시 1.5게임, 5위 싸움에 다시 뛰어들 동력을 얻었다. 진짜 에이스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보여준 로저스다. /cleanupp@osen.co.kr
부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