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소용없다' KBL-KCC, '김민구, 그냥 쓰자'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09.14 06: 09

한 여성이 달린다. 건자재시장-인테리어 시장-가구거리를 내달린다. 힘든 나머지 갑자기 쓰러진다. 그러나 한 남자가 나와 가볍게 말한다. "발품팔지 말고 그냥사자".
KCC의 광고다. 이는 2015-2016 KBL 개막과 함께 농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KCC가 메인 스폰서 자리를 차지하면서 농구 경기가 열리기전 체육관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광고가 나온다.
농구에 큰 관심을 가진 KCC의 광고는 당연히 나올 수 있다. 재미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올 시즌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김민구 사태에 적용이 되기 때문이다.

(KBL)은 지난 8일 오후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2014년 6월 7일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나 벌금은 없었다.
그런데 김민구는 불과 나흘 뒤 12일 SK와의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3쿼터 후반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를 코트로 내보냈다. 김민구는 3점슛 하나 포함, 8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격렬한 움직임을 소화할 정도로 많이 회복된 모습이었다.
김민구는 지난 6월 7일 새벽 국가대표 농구팀 외박기간 중 음주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다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다행히 본인을 제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당시 김민구의 혈중알콜농도는 0.060%로 면허정지에 해당됐다. 사고여파로 김민구는 고관절, 발목 등에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 선수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 부상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깜짝 놀라만한 일도 나왔다. 선수생활이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김민구가 SK와 개막전에 출전한 것. 김민구는 8점-3리바운드를 따내며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선수생활이 어려워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지만 갑자기 경기에 나섰다.
KBL이 내린 경고와 봉사활동 시간도 이수하지 않았는데 김민구는 출전했다. 모든 이들은 김민구가 봉사활동을 해야 징계가 풀리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KBL의 결정은 달랐다. 다음 시작 전까지만 120시간의 봉사활동을 마무리 하면 된다.
KCC 관계자는 언론의 예상에 대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120시간은 추후에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 이는 KBL이 징계 내용에서 정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KCC에만 알렸다고 봐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 KBL 관계자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제대로 된 행정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니 김민구에 대해 일반인들은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한다. 또 KCC 구단도 자체징계는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민구의 출전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이들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지만 KBL과 KCC 관계자들은 개의치 않아 보인다. 경기장에 항상 나타나는 광고에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김민구, 그냥 쓰자'가 KBL과 KCC의 입장으로 보인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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