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13일 사직구장에서 한화 이글스전을 맞아 4주기를 앞둔 최동원 전 감독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 9월 14일 새벽 세상을 떠난 최동원을 기려 롯데는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경기게 앞서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실 최동원은 롯데의 영웅이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롯데와 계속 거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선수협을 구성하려다 실패한 최동원은 1989년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했다. 이후 최동원은 야구를 떠나 방송과 정치,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지도자로 복귀한 것도 롯데가 아닌 한화였다.
2011년 9월 14일, 최동원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롯데 구단은 뒤늦은 대처를 하다가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았다. 신동인 전 구단주대행이 최동원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롯데그룹의 2인자였던 신 전 구단주대행은 선수를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최동원의 생각과 대척점에 있던 인물이다.

최동원의 별세소식이 전해진 직후 롯데 구단 직원은 서둘러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갔다. 그런데 당시 구단 고위 관계자가 "거기를 너희들이 왜 올라가냐"라며 다시 돌아오게 했다. 신 전 구단주대행이 여전히 구단 운영에 강한 영향을 행사하던 시기였고, 알아서 눈치를 본 것이다. 결국 롯데는 여론에 밀려 뒤늦게 구단 내 분향소 설치, 영구결번, 아들 기호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랬던 롯데였기에 이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조의 표시는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행동이다. 신 회장은 11일 사직구장을 전격 방문했는데, 2013년 3월 30일 KBO 리그 개막전 이후 2년 반 만의 행보였다. 구단주대행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신 회장은 롯데에 대한 투자를 언급했는데, 얼마 안 있어 사직구장을 방문하며 앞으로는 구단을 직접 챙기겠다는 걸 암시했다.
신 회장의 사직구장 방문 첫 번째 일정은 최동원상 헌화였다. 당시 최동원의 4주기를 얼마 안 남겨두고 있었는데, 신 회장은 구단 정통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롯데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당신의 열정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말이 적힌 국화를 최동원상 앞에 헌화했고, 잠시 묵념을 했다.
그리고 신 회장은 "부산 야구의 상징인 최동원 선수를 잘 알고 있고 존경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최동원 선수의 열정을 본받아서 부산 시민과 팬들의 성원을 항상 기억하고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는 말까지 남겼다.
전 구단주대행은 최동원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신 회장은 그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존경한다고까지 말했다. 롯데 구단 내부에서도 신 회장의 이러한 행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대다수 구단 직원들은 롯데 그룹에 속한 자이언츠 직원이기에 앞서 대부분이 자이언츠의 팬이었기 때문이다. 부산 그리고 롯데 팬들이 최동원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을 생각한다면 그룹 총수의 이번 행보는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라질 롯데 자이언츠에 대한 희망까지 품게 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