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좌타 거포로 꼽히는 최형우(삼성)는 타이틀 획득에 관한 물음마다 고개를 가로 젓는다. 최형우는 2011년 홈런, 타점, 장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고도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 "개인 성적을 의식하다보면 팀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전 경기 출장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번쩍 떠진다. 최형우는 2008, 2011, 2013년 세 차례 전 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최형우에게 전 경기 출장이 주는 의미는 다양하다.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자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정규 시즌을 소화한 선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타이틀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연봉 고과 산정에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최형우는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데뷔 첫해부터 3년간 1군 경기에 6차례 출장한 게 전부였던 최형우는 벤치를 지키는 설움을 겪지 않기 위해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 나선다. "경기에 뛰는 게 몸에 배였다. 뛸 수 있는 한 뛰어야 한다". 최형우의 표정에는 절실함이 묻어났다.

최형우는 팬들 사이에서 '금강불괴'로 불린다. 금강불괴는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용어로 어떤 검이나 독으로도 죽일 수 없는 절세무공을 가진 신체를 의미한다. 완벽에 가까운 내구성은 최형우의 최대 강점 가운데 하나. "부모님께 건강한 몸을 물려받은 덕분"이라는 게 최형우의 말이다.
최형우에게 지난 시즌은 아쉬움 그 자체. 7월 13일 대구 SK전서 정상호의 좌중간 2루타 때 타구를 쫒다가 펜스에 부딪혀 갈비뼈 미세 골절로 한 달 가까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당시 그는 ""전 경기 출장 기록이 무산된 게 가장 아쉽다. 그게 정말 크다. 그걸 했으면 뭔가 괜찮은 기록이 나왔을텐데"라고 아쉬워 했다.
올 시즌 개인 통산 4번째 전 경기 출장을 향해 순항 중이다. 최형우는 "남들은 뭐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내겐 전 경기 출장에 담긴 의미가 아주 크다. 부상없이 나간다면 기록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몸이 성한 건 아니다. 그는 "아픈 부위는 많지만 어릴 적부터 아픈 걸 참고 뛰는 편이라 괜찮다"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삼성은 13일 넥센을 7-4로 꺾고 매직 넘버를 '13'으로 줄였다. 이날 최형우는 5회 결승타를 터트리는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통합 5연패를 목표로 지금껏 왔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된다". /what@osen.co.kr